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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의 도시가 키워 온 삿포로 지하상가의 역사]

삿포로라는 도시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지하상가입니다. 관광으로 삿포로를 찾은 사람들 가운데는 그 규모에 놀라는 사람도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삿포로 시민들에게 지하상가는 특별한 관광 시설이 아니라, 매일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친숙한 생활 공간입니다.

삿포로 지하상가의 역사는 1972년 삿포로 동계 올림픽 개최와 지하철 정비를 배경으로 시작되었습니다. 1971년 11월, 오도리 공원 지하를 동서로 연결하는 '오로라타운'과 오도리에서 스스키노까지 남북으로 연결하는 '폴타운'이 개장하면서 현재의 지하 네트워크의 원형이 탄생했습니다. 이듬해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지하철 난보쿠선 개통과 함께 정비가 진행되면서 삿포로 도심은 크게 발전해 나갔습니다.

눈이 많이 내리고 겨울에는 영하의 날이 이어지는 삿포로에서 지하 공간은 단순한 상업 시설이 아닙니다. 눈보라가 치는 날에도 편안하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 동선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지상이 눈과 추위에 둘러싸여 있어도 지하에서는 따뜻하고 쾌적하게 쇼핑과 이동을 즐길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시민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습니다. 적설 한랭지 특유의 도시적 지혜가 지하상가라는 형태로 발전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2011년에는 삿포로역과 오도리를 연결하는 '삿포로역 앞 지하 보행공간(치카호)'이 개통했습니다. 이를 통해 지하 네트워크가 더욱 확충되었고, 삿포로역에서 오도리, 그리고 폴타운을 거쳐 스스키노까지 거의 지상으로 나오지 않고 이동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삿포로역에서 스스키노까지의 거리는 약 1.4~1.5km로, 지하 루트를 걸으면 약 20분 정도 걸립니다. 눈길을 걱정하지 않고 걸을 수 있는 환경은 삿포로만의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하 공간은 남북 방향으로만 이어져 있는 것도 아닙니다. 오도리에서 동쪽으로 뻗어 있는 오로라타운을 이용하면 삿포로 TV 타워 방면이나 버스센터마에역 방면으로도 지하를 통해 이동할 수 있습니다. 상업 시설인 삿포로 팩토리를 방문할 때도 상당한 구간을 지하로 걸을 수 있어, 비나 눈이 오는 날에는 그 편리함을 실감하게 됩니다. 삿포로역에서 스스키노로 이어지는 남북 방향의 지하 네트워크와 오도리에서 버스센터마에 방면으로 이어지는 동서 방향의 지하상가가 교차하면서, 삿포로의 지하 공간은 마치 지상과 나란히 펼쳐진 또 하나의 도시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지하상가는 이동이나 쇼핑만을 위한 장소가 아닙니다. 삿포로 시민들에게는 오랜 세월 동안 만남의 장소이기도 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장소가 폴타운 입구의 미쓰코시 앞 광장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 'HILOSHI(히로시)'입니다. 삿포로 시민이라면 한 번쯤 들어본 적이 있는 약속 장소로, '히로시 앞'이라는 이름으로 친숙하게 불려 왔습니다.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모여 '히로시 앞에서 기다릴게'라는 약속이 자연스럽게 오갈 정도로 대표적인 장소였습니다.

또한 오로라타운에 있는 '작은 새의 광장'도 예전부터 사랑받아 온 약속 장소입니다. 귀여운 작은 새들을 바라보며 기다릴 수 있는 이곳은 쇼핑객과 관광객들의 휴식 공간으로도 사랑받고 있습니다.

저 역시 젊었을 때 약속 장소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랐던 곳이 오도리의 '히로시 앞'이었습니다. 친구들과의 약속으로 여러 번 이용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삿포로역 주변의 재개발로 사람들의 이동 동선도 변화했습니다. 지금은 아피아를 비롯한 삿포로역 지하상가 주변에서 약속을 잡는 사람이 더 많은 것처럼 느껴집니다.

약속 장소는 시대와 함께 변해도 지하 공간이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장소라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눈이 오는 날에도, 바람이 강하게 부는 날에도 많은 사람들이 지하상가를 걸으며 쇼핑을 하고, 친구나 가족과 약속을 합니다.

반세기 이상에 걸쳐 발전해 온 삿포로의 지하상가에는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기 위한 지혜와 아이디어가 가득 담겨 있으며, 그곳에는 도시의 역사뿐만 아니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상과 추억도 새겨져 왔습니다. 지상에 펼쳐진 삿포로의 거리 풍경과 마찬가지로, 지하에도 삿포로의 역사가 살아 숨 쉬고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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