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__41533444

S__41533445

S__41533446

S__41533447

S__41533448

S__41533449

[호화로운 정원 일의 추억]

9월에 접어들어 어렴풋이 가을을 느낄 수 있는 요즈음. 야외에서 보내기 쾌적한 기온이 되어 정원 청소나 식물 가꾸기를 다시 시작하신 분들도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 역시 그중 한 사람입니다. 원하는 만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정원과 처마 밑에서, 문득 떠올린 것은 지난봄에 참여했던 호화로운 정원 일이었습니다.

그것은 "KYOTOGRAPHIE 교토 국제 사진전"에서의 일. 사진전을 몇 년 동안 계속 찾아가다 보니, 메인 전시를 둘러보는 것과 병행해 개최 이벤트를 확인하고 흥미 있는 것에 참여하는 것이 저만의 즐기는 방식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래서 올해 사진전 막바지에 체험한 것이, 전시장 중 한 곳인 "유히사이 코도칸(有斐斎弘道館)"에서의 "정원 가꾸기"였습니다.

유히사이 코도칸은 광대한 일본 정원을 품은 스키야 양식 건물입니다. 사실 사진전 두 달 전쯤 다른 기회로 방문한 적이 있어, 차와 과자를 대접받으며 시설의 내력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이곳 이벤트에 참여하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뜻밖에 사진전이 그 기회를 전해준 것입니다.

유히사이 코도칸의 "유히사이"는 에도 시대 중기의 유학자인 미나가와 키엔(皆川淇園)의 호 중 하나로, 이곳은 키엔이 만년에 개설한 학문소 터입니다. 에도 시대의 학문소는 말하자면 사립 대학의 선구자로, 당시 "코도칸"이라는 이름의 시설은 일본 전국 각지에 있었다고 합니다. 미나가와 키엔은 사물과 언어의 진리를 해석하는 "개물학(開物学)"의 창시자이자, 한시와 서화에도 능통한 인물로서 문하생이 3천 명에 달하는 지식인이었습니다. 현재의 유히사이 코도칸은 에도 시대부터 다이쇼 시대에 걸쳐 지어진 차실 정원이 딸린 저택으로, 2009년 무렵 맨션 재건축 계획으로 인해 철거 위기에 직면했으나 유지가들의 노력으로 공익재단법인화되어 지켜졌습니다. 황폐해졌던 정원은 다시 "시중의 산거(도심 속 산방)"라 불리기에 걸맞은 모습으로 시간을 들여 정비되었고, 건물은 교토의 전통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문화 살롱으로 새롭게 태어났습니다.

올해 사진전은 프랑스 출신 아티스트 줄리엣 아니엘(Juliette Agnel)의 전시회 "빛의 향기"가 개최되고 있었습니다. 전시는 식물과 광물을 주제로 한 사진이나 영상 작품에 그치지 않고, 눈에 들어오는 정원의 푸르름과 다다미방에 스며드는 빛까지도 의장(디자인)으로 느껴지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런 전시회의 여운 속에서 체험한 정원 가꾸기는 뜻밖에도 깊은 인상으로 남게 되었습니다.

당일 아침, 일찍 도착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미 먼저 온 손님이 계셨고, 신청에는 늦었기 때문에 아침 일찍 취소 대기를 하러 오셨다고 했습니다. 툇마루에 줄지어 앉아 석류꽃을 바라보고 있으니 점차 사람들이 늘어났습니다. 서로 안면이 있는 이들도 많았고, 사진전 스태프나 코도칸 운영을 처음부터 돕던 분과 그 가족 등 어른부터 아이까지, 국적도 다양했습니다. 이윽고 모여든 모두가 도구를 주고받고 서로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작업에 들어갑니다. 제가 안내받은 곳은 안쪽의 이끼 정원으로, 낙엽을 줍고 싹을 틔우기 시작한 잡초를 뽑아 정돈했습니다. 그리고 옆에서는 부모와 자식이 솎아내어 떨어진 작은 푸른 감 열매를 모으고 있습니다. 이끼 틈새에서 자라는 떡잎이 눈에 익어 물어보니 "그건 풋아오이(두잎아오이)니까 남겨두세요"라고 하더군요. 그런 온화한 시간이 천천히 흘러갔습니다.

작업이 끝나고 땀을 닦으니 다음은 차실 시간입니다. 조금 전까지 정원에 서 있던 코도칸 이사장이 호스트(정주)로 훌쩍 변신하여 저희에게 차를 대접해 주셨습니다. 다구부터 연차 찻잔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모두 놀라울 정도로 유래 깊은 것들이라, 차실에는 감탄의 소리가 끊이지 않았습니다. 기대하던 과자는 사진전 전시 작품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특별한 한 품. 광석 같은 한천 과자는 어느 각도에서 보아도 신비로워 나도 모르게 빠져들 것 같은 착각이 들었던 것은 비단 저뿐만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 후 코도칸 행사에 대한 소개도 있었습니다. 다회, 과자 공부회, 노(能) 이야기 모임…….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말이 "이곳은 여러분에게 열려 있는 공간이니, 꼭 다시 낮잠을 자러 오세요"라는 한마디였습니다. 저는 분명, 다시 이 정원을 만나러 오게 될 것 같습니다.

공익재단법인 유히사이 코도칸
https://kodo-kan.com/
쇼룸 안내
https://www.shokunin.com/kr/showro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