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타시라카와의 코마이케 주택을 찾아서]
교토시 키타시라카와의 조용하고 한적한 주택가. 전통적인 교마치야가 늘어선 거리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를 지닌 이 지역은 다이쇼 말기부터 쇼와 초기까지 교토제국대학의 학자들을 비롯한 문인들이 많이 이주해 온 곳이었습니다. 그 한쪽에 지금도 쇼와 2년(1927년) 당시의 평온한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 바로 '코마이케 주택'입니다.
'일본의 다윈'이라고도 불린 유전학자 코마이 타쿠 박사와 건축가 윌리엄 메렐 보리스. 두 사람의 만남으로 탄생한 이 집은 단순한 일본식과 서양식의 절충이 아니라, 외관은 당시 미국에서 유행하던 스페니시 양식을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붕에는 물결 모양의 서양식 기와를 사용한 붉은 산가와라 지붕이 올려져 있습니다. 스페니시 양식의 건축에서는 둥근 스페인 기와를 얹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주변 경관을 고려해 코마이케 주택에서는 일본에서도 사용되던 산가와라 기와(평평한 형태의 일본식 기와)가 선택되었습니다. 얼핏 보면 완전한 서양식 건물처럼 보이지만, 내부에는 일본식 요소가 절묘하게 녹아 있습니다. 일본식 방의 돌출창 안쪽에는 쇼지가 수납되어 있고, 중앙의 다다미를 들어올리면 호리코타츠가 나타나도록 만든 장치도 있습니다. 각 방에 빛과 바람을 들이는 창문의 배치와 실내에서 바라보는 바깥 풍경 등, 교토의 기후와 사계절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곳곳에 세심한 궁리가 더해져 있습니다. 보여 주기 위한 서양식 저택이 아니라, 일상의 삶을 소중히 하기 위한 새로운 주거의 형태가 그곳에 나타나 있었습니다.
건물 안으로 한 걸음 들어서면, 직선적인 평면이 만들어내는 깔끔한 아름다움과 우아하고 품위 있는 분위기가 편안하게 조화를 이룹니다. 창문의 단정한 반원형 아치와 마치 악기인 그랜드 하프의 우아한 형태를 떠올리게 하는 계단 난간의 곡선. 돌출창 아래에는 붙박이 벤치가 마련되어 있어 실용적이면서도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과도한 장식에 의존하지 않고, 공간 자체가 지닌 선의 아름다움에 마음이 설렙니다.
미의식이 느껴진 것은 건물의 구조나 디자인뿐만이 아닙니다. 집 안에는 어딘가 한 줄기 일관된 아름다운 질서와도 같은 것이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가족이 드나드는 문과 손님을 맞이하는 문의 손잡이의 색을 은밀하게 달리한 세심한 장치가 있습니다. 선룸의 문손잡이에는 투명한 보라색이 사용되었지만, 그 밖의 대부분은 무색으로 되어 있는 등, 공적인 공간과 사적인 공간을 구분했다고 합니다. 그곳에는 집과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 그리고 방문하는 사람에 대한 존중이 깃들어 있는 듯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또한 실용성과 장난스러운 발상이 조화를 이루는 세부에서도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현관 앞쪽 벽에는 구두 닦기 세트와 구두약을 넣어 두는 작은 서랍이 설치되어 있고, 거실의 벤치 아래에는 미닫이 수납공간이 자연스럽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쇼와 2년이라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창호에는 이미 방충망이 설치되어 있었으며, 해외 출장이 잦아 여행가방 등 큰 짐이 많았던 박사를 위해 승강식 계단을 이용하는 넓은 다락 수납공간을 설계하는 등, 당시의 최첨단을 달리던 합리성과 생활하는 사람을 배려한 보리스의 세심한 마음이 곳곳에 담겨 있었습니다. 사는 사람과 방문객을 따뜻하게 맞이하는 거실, 사색에 몰두할 수 있는 서재, 그리고 빛으로 가득한 선룸. 실용성과 디자인이 더없이 좋은 균형으로 녹아들어, 억지로 힘을 주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분위기야말로 코마이케 주택의 아름다움이라고 느낍니다.
기독교 전도자였던 보리스가 추구한 것은 독창적이거나 기이한 건축이 아니라, 비용은 최소한으로 줄이되 최고의 만족을 주는 것이었습니다. 일상의 삶에서 편안하게 지낼 수 있고, 건강하며, 그곳에서 생활하는 사람의 요구를 충족시키는 보리스의 설계 철학은 약 100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우리에게 진정으로 풍요로운 주거의 모습이 무엇인지 조용히 전해 주고 있습니다.
코마이케 주택(코마이 타쿠·시즈에 기념관)
http://www.national-trust.or.jp/protection/index.php?c=protection_view&pk=1490651710
쇼룸 안내
https://www.shokunin.com/kr/showroom/
참고자료
https://kyoto-museums.city.kyoto.lg.jp/museum/185/
https://san-ei-kyoto.com/topic/kyoto-kitashirakawa-ichijoji-local-inform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