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스카무라]
일본에 세계유산이 몇 개나 있는지 바로 떠오르시나요? 현재 일본의 세계유산은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합쳐 27건이며, 그 27번째 세계유산으로 7월에 등재된 곳이 바로 나라현의 '아스카·후지와라 고대 수도'입니다. 이 세계유산 등재 소식은 뉴스에서도 크게 다뤄졌기 때문에 기억하고 계신 분도 많을 것 같습니다.
'아스카·후지와라 고대 수도'는 나라현의 가시하라시·사쿠라이시·아스카무라에 걸쳐 있는 지역의 19개 자산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6세기 말부터 8세기 초에 이르는 아스카 시대, 정치·문화의 중심지였던 이 지역에서는 동아시아 여러 나라와의 교류를 통해 새로운 기술과 문화, 정치 제도를 받아들이면서 중앙집권국가로서의 체제가 정비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일본'이 시작된 땅입니다.
이처럼 여러 구성 자산이 남아 있는 아스카무라를 6월 초에 방문할 수 있었습니다. 여담이지만, 아스카무라를 방문한 다음 날 유네스코 자문기구가 '아스카·후지와라 고대 수도'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도록 권고했다는 소식이 뉴스에 보도되었습니다. 절묘한 타이밍과 인연 같은 것을 느껴 더욱 기쁜 여행이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아스카데라 터였습니다. 아스카데라는 소가노 우마코의 발원으로 세워진, 일본 최초의 본격적인 가람을 갖춘 사찰입니다.《일본서기》에는 588년에 백제 왕으로부터 불사리가 전해져 사찰 건립이 시작되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건립 과정에서는 백제에서 건너온 사찰 건축 기술자·기와 장인·화공 등의 도래인들이 전한 기술이 사용되었습니다. 아스카데라는 일본에서 처음으로 기와를 사용한 건물이기도 하며, 아스카데라에서 출토된 기와에는 '소변연화문(素弁蓮華文)'이라고 하는 꽃무늬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백제의 사찰 유적에서 출토되는 기와와 매우 흡사하다고 합니다.
창건 당시의 건물은 불에 타 소실되었지만, 현존하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불상인 '아스카 대불(석가여래좌상)'은 지금도 변함없이 창건 당시와 같은 자리에 모셔져 있습니다. 아스카 대불의 얼굴을 자세히 살펴보면, 갸름한 얼굴에 아몬드형 눈을 하고 있어 대륙 문화의 영향을 강하게 느낄 수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불상의 제작자는 도래계 불사인 구라쓰쿠리노도리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또한 아스카데라 서쪽에는 소가노 이루카의 수총(머리 무덤)도 있습니다. 아스카데라에서 남쪽에 위치한 아스카 궁터(구성 자산)에서 나카노오에노 오지와 나카토미노 가마타리에 의해 암살된 소가노 이루카의 목이 이곳까지 날아왔다는 전승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소가노 우마코, 소가노 이루카, 나카노오에노 오지와 나카토미노 가마타리, 그리고 을사의 변. 머릿속 기억의 서랍 깊숙한 곳에 넣어 두었던, 필사적으로 외웠던 단어들이 하나둘씩 끌려 나옵니다. 교과서에서 배웠던 까마득히 먼 시대의 이야기가, 눈앞에 실재하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곳이 바로 아스카무라입니다.
다음으로 찾아간 곳은 이시부타이 고분입니다. 피장자는 아직 특정되지 않았지만, 소가노 우마코라는 설이 유력합니다. 일본 최대급의 방분으로, 거대한 돌 30개를 쌓아 만든 석실의 총중량은 약 2,300톤으로 추정됩니다. 봉분의 흙이 사라지면서 석실이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이시부타이 고분을 실제로 마주하면 그 크기에 압도되어 말문이 막힙니다. 크레인도 중장비도, 컴퓨터도 없던 시대에 대체 어떻게? 누가? 머릿속은 온통 의문으로 가득 찹니다. 눈앞에 보이는 것만이 아니라, 그곳에서 상상을 펼쳐 나가며 내 안에서 솟아오르는 '?'에 설레는 것. 이것이야말로 아스카무라, 그리고 고대라는 시대를 즐기는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여기서 궁금해지는 것은 1,400년 전이라는 아득할 만큼 먼 시대의 흔적이 어떻게 지금까지 보존되어 왔을까 하는 점입니다. 이를 위해 힘쓴 사람이 미이 게이조 씨입니다. 미이 씨는 오사카에서 한방의로 일했지만, 예부터 이어져 온 아름다운 아스카의 풍경에 매료되어 이곳으로 이주했습니다. 고도 경제성장기에 택지 개발의 물결이 아스카무라에도 밀려들고 있다는 사실에 위기감을 느낀 미이 씨는 쇼와 45년, 자신의 뜻을 '목소리로 쓴 직소장'에 담아 한 편의 테이프에 녹음하고, 친분이 있던 파나소닉의 창업자 마쓰시타 고노스케 씨에게 맡겼습니다. 마쓰시타 씨를 통해 당시 총리였던 사토 에이사쿠 씨에게 이 테이프가 전달되었고, 사토 총리는 실제로 아스카무라를 시찰했습니다. 이후 보존을 위한 각의 결정이 내려졌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은 아스카무라의 풍토를 미래로 이어 가기 위한 다양한 정책과 법 제정을 뒷받침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땅에 '일본'의 시작을 일군 고대의 사람들, 이 땅의 중요성을 호소하며 그 흔적을 지키려 했던 사람들, 그리고 지금 아스카무라에서 살아가며 그 풍경을 지켜 나가는 사람들. 1,400년에 걸쳐 이어져 온 사람들의 마음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기에 이번 세계유산 등재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렌터카를 이용해 아스카무라를 둘러보았지만, 조금 더 지내기 좋은 계절이 찾아오면 자전거와 도보를 적절히 활용해 고대의 로망에 흠뻑 빠지는 여행을 하러 아스카무라를 다시 찾고 싶습니다. 계절에 따라 달라질 아스카무라의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기대에 가슴이 부풉니다. 얼마 전 나라현은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현지까지의 교통 접근성과 지역 내 순환 관광 환경을 정비하고, 협업 이벤트를 개최하는 등의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일본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더욱 많은 관심이 기대되는 아스카무라. 곧 다가올 가을 나들이 장소 가운데 하나로 어떠신가요?
참고자료
https://asuka-fujiwara.jp/kids/
https://www.asukabito.or.jp/benefactor.html
https://asukamura.com/asuka-fujiwara/
https://www.pref.nara.lg.jp/ikasu-nara/bunkashigen/main10649.html
https://yamatoji.nara-kankou.or.jp/03history/04stone/03east_area/ishibutaikofun/
https://online.bunka.go.jp/heritages/detail/544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