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조본]
어릴 때의 즐거운 여름 추억이라고 하면 수영장이나 가족 여행, 동네 축제나 불꽃놀이 등을 떠올리는 분도 많지 않을까요?
제가 어렸을 때를 떠올려 보면, 그런 여름방학의 즐거움 가운데 하나가 바로 '지조본(地蔵盆)'이었습니다. 지조본은 아이들의 수호신으로 신앙되어 온 지조보살을 모시는 행사인데, 동네 아이들이 지조보살이 있는 지역의 공원이나 집회소에 모여 초롱을 장식하고, 장터나 경품 추첨 등을 했던 것이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맞다, 스님이 찾아오시면 동네 아이들이 둥글게 둘러앉아 다 함께 커다란 염주를 돌리기도 했었지요. 당시에는 그저 부수적인 행사처럼 느껴졌던 염주 돌리기가 중요한 불교 의식이었다는 사실을, 어린 시절의 저는 알 리가 없었습니다.
당연히 어디에서나 열리는 행사라고 생각했던 이 지조본이 사실은 특정 지역에서만 열리는 행사라는 것을 알고 놀랐습니다. 지조본은 교토와 긴키 지방을 중심으로 행해지고 있으며, 간토 지방 이북에서는 그다지 익숙하지 않은 행사인 것 같습니다.
예전처럼 성대하게 열리지 않는 지역도 이제는 점점 늘고 있지만, 그래도 8월 하순 무렵 지역의 집회소 등에 아이들과 아이들을 지켜보는 어른들이 모여 지조본을 열고 있는 모습을 보면 왠지 모르게 그립고 따뜻한 마음이 듭니다. 어른들의 입장에서 보면 준비와 뒷정리 등으로 분명 손이 많이 가는 행사이겠지만,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여름의 추억입니다. 늘 지역의 아이들을 지켜봐 주고 있는 지조보살을 깨끗하게 손질하고, 모두 함께 무병장수를 기원하며 커다란 염주를 돌립니다. 그리고 공양한 과자를 '오사가리'로 함께 나누어 먹으며 같이 놉니다. 이처럼 소소한 일상의 즐거움이야말로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새삼스럽게 생각하게 되는 평화로운 행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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