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니가와라]
일본에서 오래된 가옥이나 사찰의 지붕을 올려다보면, 날카로운 표정의 오니가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 모습을 본 적이 있으신가요? 건물을 재앙으로부터 지키는 액막이의 의미로 설치되어 온 오니가와라는 그 기원이 아주 오래되었으며, 로마 제국의 팔미라 유적에서 볼 수 있는 그리스 신화의 메두사를 형상화한 조각을 건물에 설치하던 풍습까지 거슬러 올라간다고 합니다. '고르고네이온'이라 불리는 이러한 액막이 풍습은 실크로드를 거쳐 중국으로 전해졌고, 일본에서는 당나라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 나라 시대부터 빠르게 전국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일본에서 기와를 만드는 기술은 6세기 말 아스카데라를 건립할 당시 백제에서 기술이 전해지면서 시작되었습니다. 본래 오니가와라란 기와를 얹은 지붕의 끝부분 등에 설치하는 장식적인 기와를 말하며, 용마루 끝으로 빗물이 스며드는 것을 막는 실용적인 역할도 담당합니다. 따라서 기와에 새겨지는 장식이 반드시 '오니(鬼)'가 아닙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오니가와라는 쇼토쿠 태자가 세운 나라의 호류지 와카쿠사 가람(창건 당시의 호류지)에 있는 '복수연화문 오니가와라'로 알려져 있는데, 이 역시 귀신이 아니라 연꽃을 디자인한 것이었습니다.
국내에서 기와에 '오니(鬼)' 모티프가 등장한 것은 헤이조쿄로 수도가 옮겨지기 직전인 7세기 말 무렵입니다.
후쿠오카현 다자이후·도후로 유적 등에서 출토된 초기 기와에는 분노의 표정으로 노려보는 오니 모습을 그린 '귀신문(鬼神文)'이 나타납니다. 이 귀신문에는 처음에 '오니의 전신'을 그려 압도적인 힘을 표현한 것과 '얼굴만'을 클로즈업해 나타낸 두 가지 스타일이 있었습니다.
나라 시대에 들어서 헤이조궁과 나라의 여러 대사찰에서 기와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하면서, 제한된 기와 공간에 효율적으로 강렬한 인상을 표현할 수 있는 '얼굴만을 표현한 양식(귀면문·鬼面文)'이 주류를 이루게 됩니다. 이러한 귀면문은 이후 여러 시대를 거치면서,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입체적인 '오니가와라(鬼瓦)'의 형태로 발전해 갔습니다.
오늘날 지붕의 용마루 끝에 놓이는 기와는 설령 '오니'의 얼굴을 하고 있지 않더라도 통틀어 '오니가와라'라고 부릅니다. 이는 역사 속에서 오니의 얼굴을 대신해 가문을 상징하는 문양이나 칠복신, 파도, 구름, 또는 물 등 다양한 디자인이 액막이와 방화, 집안의 번영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장식되어 왔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 방문한 홋카이도 오타루시 슈쿠츠에 있는 국가 등록 유형문화재 '구 아오야마 별저'의 현관 위에는 풍부한 표정을 지닌 '다이코쿠텐(大黒天)'의 오니가와라가 놓여 있었습니다. 무서운 오니의 모습 대신 길상의 상징으로, 활짝 웃는 다이코쿠텐이 건물을 지켜주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으면, 재앙을 힘으로 물리친다기보다는 복을 품고 집 전체를 감싸 주는 듯한 편안한 안도감이 전해졌습니다.
산슈기와의 산지인 아이치현 헤키난시의 오니시(오니가와라 장인)가 운영하는 가마모토 '오니후쿠'에서는 일상에서도 부담 없이 사용할 수 있는 오니가와라를 만들고 있습니다. 산슈 오니가와라와 같은 소재와 제작 방식으로 만든 '오니후쿠 페이퍼웨이트'는 전통적인 오니가와라의 날카로운 노려보는 표정과 힘 있는 조형미를 실내 책상 위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손바닥 크기로 축소한 제품입니다. 날카롭게 노려보는 표정과 한 쌍을 이루는 독특한 '웃는 얼굴'의 오니가와라에도 주목해 보세요. 또한 철제 소형 풍경을 구 형태의 오니가와라로 감싼 '오니가와라 풍경'은 공동주택 등에서도 장식하기 좋은 은은한 소리를 구현했습니다. 험상궂은 오니의 표정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작은 음색과의 대비에 처음에는 놀라실지도 모릅니다.
아주 먼 옛날부터 건물과 사람들의 삶을 지켜봐 온 오니가와라. 이제는 현대적인 라이프스타일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부적과 같은 존재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의 행복과 미소를 바라는 작은 인테리어 소품을 집에 들여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니후쿠의 오니가와라 페이퍼웨이트
https://www.shokunin.com/kr/onifuku/paperweight.html
오니후쿠의 오니가와라 풍경
https://www.shokunin.com/kr/onifuku/furin.html
오타루 기빈칸(구 아오야마 별저)
http://www.otaru-kihinkan.jp/aoyama_about/
참고자료
https://ja.wikipedia.org/wiki/%E9%AC%BC%E7%93%A6
https://tsumugu.yomiuri.co.jp/feature/%E9%AC%BC%E3%81%8C%E3%82%8F%E3%82%89%E3%82%8F%E3%82%89%E9%AC%BC%E7%93%A6/
https://www.city.kawasaki.jp/880/page/000000077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