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넘김 이야기]
차가운 소면을 입에 넣고,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가는 감각을 즐긴다. 갓 만든 소바를 가볍게 후루룩 넘기며, 그 향과 함께 맛을 음미한다. 더운 날, 목을 시원하게 적셔 주는 한 잔의 맥주를 마신다.
'노도(목) 고시(넘김)'라는 단어는 일본에서는 매우 자연스럽게 쓰이지만, 영어에는 이에 해당하는 일반적인 표현이 없는 것 같습니다. 영어에서는 mouthfeel(입에 닿는 느낌)이나 texture(식감)라는 표현은 있지만, '목을 통과하는 순간의 기분 좋은 느낌'을 독립된 맛으로 표현하는 말은 일반적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는 맛뿐만 아니라 혀에서 목으로 이어지는 감각도 맛의 한 요소로 소중히 여겨져 왔습니다. 그 배경에는 일본 특유의 '스스루'라는 먹는 방식이 있습니다.
소바나 우동, 소면은 공기를 조금 머금은 채 후루룩 먹으면 향이 코로 퍼지면서 맛과 향, 그리고 목을 타고 넘어가는 감각을 동시에 즐길 수 있습니다. 많은 나라에서는 일반적인 식사법이 아니지만, 일본에서는 자연스러운 먹는 방식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씹는 것'에 대한 생각입니다. 물론 일본에도 센베이, 스루메, 단무지처럼 충분히 씹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음식이 있습니다. 하지만 소바나 두부, 차완무시, 미즈요칸과 같은 음식에서는 잘 씹는 것보다 부드럽게 목을 타고 넘어가는 감각에 더 큰 가치가 부여됩니다.
한편 빵이나 고기 요리를 중심으로 하는 식문화에서는 씹을수록 향과 감칠맛이 퍼지는 것이 맛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또한, 중국에서는 면의 탄력이나 쫄깃한 식감을, 한국에서는 냉면이나 고기구이의 식감을 즐기는 등, 씹는 즐거움을 중시하는 요리도 많이 있습니다.
물론 건강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음식을 잘 씹는 것은 침의 분비를 촉진하고 소화를 돕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목넘김을 즐기는 음식과 꼭꼭 씹으며 음미하는 음식에는 각각 서로 다른 맛의 즐거움이 있는 것 같습니다.
다시마와 가쓰오부시로 우려낸 육수는 입에 머금는 순간 감칠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두부나 차완무시도 세게 씹지 않아도 그 섬세한 맛을 충분히 즐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음식이 오랫동안 사랑받아 온 것 역시 일본에서 목넘김이 중요하게 여겨지는 이유 중 하나일지도 모릅니다.
에도에서는 소바를 많이 씹지 않고 후루룩 삼키듯 먹는 방식이 '멋'으로 여겨졌다고 전해집니다. 츠유를 살짝만 찍어 가느다란 면을 소리를 내며 한 번에 후루룩 넘기면서, 소바의 향과 목넘김을 즐기는 것. 그것이 에도 사람들다운 소바를 즐기는 방식이었을 것입니다.
'이 긴 면에 쯔유를 3분의 1 정도만 찍어서, 한입에 삼켜 버리는 거야. 씹으면 안 돼. 씹으면 소바의 맛이 없어져. 매끄럽게 목을 타고 넘어가는 그 느낌이 소바의 묘미야.'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나쓰메 소세키
입식 소바집에서 언니에게 '소바는 씹지 말고 빨리 먹는 거야'라는 말을 들으며 자주 재촉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가지만, 그때는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맛을 음미하고 싶었습니다.
올해도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지만, 에도 사람들의 기분으로 일본만의 즐거움인 노도고시를 마음껏 느껴 봅시다.
세류가마의 소바잔
https://www.shokunin.com/kr/seiryu/soba.html
쿠리큐의 마게와파 자루세이로
https://www.shokunin.com/kr/kurikyu/soba.html
히로타 가라스의 에도 유리·karai
https://www.shokunin.com/kr/hirota/karai.html
참고자료
https://serai.jp/gourmet/22606/2
https://www.kikkoman.com/jp/kiifc/information/old/rp20101109.html
https://www.sobahonda.co.jp/blog/soba-nodogoshi/
https://www.edoren.jp/news/news/蕎麦雑話
https://www.aozora.gr.jp/cards/000148/files/789_14547.html
https://ukiyo-e.org/image/artelino/51681g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