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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의 도시·오타루]

JR 오타루역에 들어서 천장을 올려다보면, 창가를 따라 유리 램프가 길게 늘어서 있습니다. 어딘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이 유리 램프는 예전 오타루의 밤을 밝혀 주던 등불이었습니다. 이제는 오타루를 대표하는 기념품으로 자리 잡은 유리 공예지만, 오타루가 '유리의 도시'로 불리게 된 배경에는 19세기 후반 이후의 역사가 깊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오타루의 유리 산업이 첫발을 내디딘 것은 도시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19세기 후반이었습니다. 경제가 발전하면서 혼슈에서 큰돈을 벌기 위해 찾아온 사람들이 급격히 늘어났고, 도시는 폭발적인 속도로 규모를 키워 나갔습니다. 당시에는 아직 전기가 보급되지 않았기 때문에 밤을 밝히는 생활필수품으로 '석유 램프'가 대량으로 제작되었습니다. 이 석유 램프야말로 당시 사람들의 삶과 도시를 따뜻하게 비추던 빛이었으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오타루 유리 공예 기술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석유 램프 제조와 함께 오타루의 유리 산업을 지탱한 또 다른 기둥은 청어 어획에 사용된 '유리제 부표'입니다. 메이지부터 다이쇼에 이르는 시기의 오타루는 청어 어업이 전성기를 맞이했으며, 어망의 표시로 당시 나무로 만든 부표를 저렴하고 가볍고 가공이 쉬우며, 바다 색과 어우러지는 투명한 유리로 제작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이 유리 부표는 불어서 만드는 유리 공예 기법으로 활발하게 생산되기 시작했고, 훗날 유리 공예로 이어지는 장인들의 기술을 더욱 발전시키는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유리 부표의 생산량은 쇼와 22년에 1,056톤에 달했다고 전해지지만, 실제 생산량은 이보다 더 많았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그 이후 전기의 전국적인 보급과 청어 어업의 쇠퇴 등으로 석유 램프와 부표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게 됩니다. 그러한 시대 변화 속에서, 그동안 실용성을 중시하던 유리 제품을 재검토하는 움직임이 일어났습니다. 실용적인 도구에서 일상에 온기와 편안함을 더하는 디자인성이 뛰어난 공예품으로. 만드는 방식과 쓰임새를 조금씩 변화시키며 사람들의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었고, 시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존재가 되었습니다. 한때 바다 위를 떠다니던 유리 부표도 특유의 질감을 살려 상점 내부를 장식하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사용되거나 처마 밑에 매달리는 등 새로운 오브제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시대의 거센 변화 속에서도 살아남아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공예품으로 자리 잡으면서, 어느새 '오타루 하면 유리'라는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정착했습니다. 유리 제품은 이 도시를 대표하는 문화로 깊이 뿌리내렸고, 오늘날에는 오랜 역사를 이어 온 대형 유리 공방뿐만 아니라 개인 유리 공방과 스튜디오도 잇달아 문을 열어, 저마다의 감성과 개성을 담은 작품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옛날 석유 램프의 불빛은 어떤 색이었을까요? 그 따뜻한 빛을 직접 느껴볼 수 있는 장소가 지금도 오타루에 남아 있습니다. 메이지 시대에 지어진 목골석장 창고를 활용한 '기타이치 가라스 3호관'의 킷사 홀은 석유 램프만이 은은하게 밝혀 주는 환상적인 공간입니다. 한때 오타루의 밤을 비추던 등불의 온기를 지금까지도 고스란히 전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타루 쇼룸에서 도보 약 15분 거리에 있는 후카가와 유리공예에서는 전통적인 '후키가라스(불어 만드는 유리 공예)'의 기술과 제작 과정을 작업장 위에서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는 공장 견학 코스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견학 코스 3층 복도에는 유리 제작 과정이 그림과 함께 자세히 소개되어 있으며, 창문 너머로 1층 작업장을 내려다보면 거리가 있음에도 현장의 뜨거운 열기가 그대로 전해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도시를 밝히던 램프와 바다를 무대로 한 어업용 유리 부표에서 시작된 오타루의 유리. 옛 석유 램프의 불빛을 직접 느껴 보고, 장인들의 숨결이 살아 있는 공방을 둘러보며 오타루 유리의 역사를 따라가 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여정의 마지막에는 꼭 오타루 쇼룸에도 들러 일본 장인들의 손길이 깃든 아름다운 수공예품을 직접 보고, 느껴 보시기 바랍니다.

오타루 쇼룸
https://www.shokunin.com/kr/showroom/otaru.html
기타이치 가라스
https://kitaichiglass.co.jp/
후카가와 유리공예
https://fukagawaglass.co.jp/about/
기무글라스디자인
https://www.kimglassdesign.jp/
스토어하우스 오사카야
https://maps.app.goo.gl/a5zGsieJZemeiGxt6

참고자료
https://hokkaidofan.com/glass/
https://www.ana.co.jp/travelandlife/article/002105/
https://growing-art.mainichi.co.jp/retronobi_20211107/
https://otaru.gr.jp/guidemap/glass-otaru
https://asaharaglass.com/glassukida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