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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레인지가 고장 난 후]

우리 집 전자레인지가 고장 난 지 몇 달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그렇게 자주 사용한 건 아니었지만, 단 한 가지 곤란한 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꽁꽁 얼어 딱딱해진 냉동밥을 해동하는 일이었습니다.

밤에 밥을 넉넉히 지어 냉동해 두고, 시간이 없는 아침이나 점심에 전자레인지로 해동해 먹는다. 그런 일을 할 수 없게 된 것입니다. 전자레인지가 고장 난 뒤 한동안은 냉동밥을 그대로 넣어 죽을 끓여 먹기도 하고, 물론 세이로에 쪄서 해동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시간이 꽤 걸린다는 점이 조금 아쉽게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아침이나 점심에 사용하고 싶은 냉동 밥은 전날 밤에 냉장고로 옮겨 천천히 반해동한 뒤, 찔 때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는 방향으로 전환했습니다. 또한, 세이로는 '와세이로(일본식 찜기)'인 '쿠리큐의 마게와파 세이로'를 사용함으로써 찜이 완성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비교적 짧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두 사람 분량의 냉동밥을 해동할 때, 세이로 바닥에 종이 호일을 깔고 반쯤 해동된 밥을 그대로 넣어 찝니다. 밥이 네모난 형태로 얼어 있기 때문에 중간중간 상태를 살펴보면서 주걱으로 풀어 골고루 열이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요령입니다. 절반 정도 해동되었을 때 달걀을 넣고, 다시 6분 정도 더 찌면 밥이 완성되는 것과 동시에 반숙 달걀도 함께 익습니다. 밥의 양에 따라 다르지만, 이날은 물이 끓어 세이로를 올린 뒤부터 총 13분 정도 걸렸습니다.

와세이로의 강점은 높이가 충분해 부피가 큰 냉동밥을 넣어도 뚜껑에 닿지 않고, 내부에서 증기가 고르게 순환한다는 점입니다. 또한 두껍고 묵직한 나무 뚜껑이 내부의 열과 증기를 단단히 가두어 주기 때문에 짧은 시간 안에 속까지 고르게 데워집니다. 게다가 뛰어난 점은 바로 습도 조절 기능입니다. 나무 뚜껑이 불필요한 물방울을 흡수해 주기 때문에 밥 위로 물방울이 떨어져 질척해지는 일이 없습니다. 쌀이 필요로 하는 적당한 수분만이 내부를 순환하며, 밥알 하나하나에 폭신한 식감이 되살아납니다.

또한, 아키타 삼나무로 만든 와세이로는 보온성도 뛰어납니다. 두툼한 나무 뚜껑과 본체가 열을 저장해 잠시 따뜻함을 유지해 주니, 급히 먹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냉동 밥은 전날부터 냉장고에서 해동하고, 다음 날 아침, 와세이로로 한 번에 쪄서 그대로 '오히츠'처럼 식탁에 올립니다. 이것이 전자레인지가 고장 난 이후 우리 집에 새롭게 자리 잡은 일상이 되었습니다.

가전제품이 고장 난 것은 아쉬운 일이었지만, 덕분에 매일의 생활 동선을 다시 돌아보고 조리 도구로 애용하던 와세이로의 숨은 가능성을 더욱 잘 활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세이로를 사용한다고 해서 특별히 정성을 더 들인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결과로 일상 속에서 무리 없이 냉동밥을 해동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자연스럽게 정착시킬 수 있었던 점은 큰 수확이었습니다. 편리함의 형태가 달라진 지금의 주방에서, 도구를 능숙하게 활용하는 즐거움을 새삼 실감하는 요즘입니다.

쿠리큐의 마게와파 세이로
https://www.shokunin.com/kr/kurikyu/seiro.html
와다스케 세이사쿠쇼의 밥주걱통
https://www.shokunin.com/kr/wadasuke/shamoji.html
아즈마야의 미야지마 주걱 #6.5
https://www.shokunin.com/kr/azmaya/miyajima.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