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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어 저택과 소란부시]

메이지 시대부터 다이쇼 시대에 걸쳐 홋카이도 일본해 연안에 엄청난 호황을 가져온 청어 어업. 얼마 전, 당시 어업 경영자들의 번영을 오늘날까지 전하고 있는 '오타루시 청어 저택'을 견학하고 왔습니다. 이 건물은 메이지 30년(1897년) 샤코탄반도의 도마리무라에 지어졌으며, 쇼와 33년(1958년)에 오타루시 슈쿠즈 지역으로 이전·복원되었습니다. 또한 홋카이도의 민가 가운데 최초로 유형문화재로 지정된 역사적인 명건축이기도 합니다. 건물 안으로 한 걸음 들어서자 당시 청어 어업에 사용되었던 어구와 반야에서 생활하던 사람들의 생활용품이 전시되어 있었고, 배경음악으로는 '소란부시'를 부르는 노랫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습니다. 그 노래는 현대적으로 편곡된 버전이나, 봉오도리에서 들을 수 있는 것처럼 힘차고 장중하게 부르는 방식과는 달랐습니다. 투박하면서도 성실한,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일하던 현장에서 울려 퍼졌을 법한 옛 소리 그대로였습니다. 오늘날 우리가 무대 등에서 즐기는 세련된 '소란부시'는 원래 거친 노동을 모두 함께 견뎌내기 위해, 거센 바다 위에서 목청껏 불렀던 '살아가기 위한 노래'였습니다. 그 원점에 강한 흥미를 느꼈습니다.

이번에 방문한 오타루시 청어 저택은 최고급 목재와 뛰어난 기술을 아낌없이 투입해 지은 어업 경영자의 저택인 동시에, 전성기에는 무려 120명에 달하는 얀슈(타지에서 온 출어 노동자)들이 숙식을 함께하며 공동생활을 하던, 이른바 거대한 작업장이기도 했습니다. 이곳에서 불리던 소란부시는 도호쿠 지방에서 온 출어 어부들이 가져온 민요가 바다를 건너 정착한 '청어 어장 작업노래(정조 청어장 온도)'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혹독한 노동 속에서 동료들과의 유대를 다지고 고된 현실을 이겨내기 위해 탄생한 이 노래는 청어잡이의 일련의 과정에 맞춰 4개의 작업 공정(4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선착장과 그물 설치 장소를 오가며 부르던 '후나코기(배 젓기)', 그물에 걸린 청어를 큰 그물 안으로 몰아넣는 가장 힘찬 작업인 '아미오코시(그물 끌어올리기)', 모여든 청어를 대형 뜰채로 배 위에 한꺼번에 퍼 올리는 '오키아게', 그리고 그물코에 빽빽하게 붙은 청어알을 대나무 막대로 두드려 떨어뜨리는 '고타타키'가 그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소란부시는 이 가운데 '오키아게' 작업노래가 독자적으로 변화한 것으로, 넘쳐날 정도로 많은 청어가 가득 담긴 그물을 끌어올릴 때 불리던 노래였습니다.

무리 가운데 가장 힘이 센 젊은이가 커다란 뜰채의 손잡이를 움켜쥐고, 주변의 어부들은 배 바닥을 두드리며 박자를 맞춰 '소란, 소란'하고 힘차게 추임새를 넣습니다. 처음에는 가두리그물 안에 청어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 뜰채를 조금만 들이밀어도 물고기가 저절로 들어왔습니다. 그러나 작업이 진행되어 가두리그물 속 청어가 줄어들기 시작하면,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는 남은 물고기들을 무거운 뜰채로 몇 번이고 힘껏 휘저어 모아야 했습니다. 뜰채가 가득 찰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힘겨운 고비를 맞은 젊은이를 격려하듯 주변에서는 '소란!'이라는 함성이 여러 번 반복해서 울려 퍼졌습니다. 마침내 뜰채가 물고기로 가득 차면, 호흡을 맞춰 단번에 끌어올리기 위해 '초이 야사 에'라는 신호가 울려 퍼지고, '돗코이쇼'라는 외침과 함께 청어가 운반선 위로 쏟아져 내립니다. 봄의 차가운 바다와 흔들리는 배 위에서 이어지는 단조롭고도 고된 육체노동은 극심한 피로와 졸음을 불러왔습니다. 바다로 떨어지는 순간 곧바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극한의 상황 속에서, 선창자는 일부러 익살스러운 내용이나 음담패설에 가까운 가사를 불러 어부들의 잠을 쫓고 웃음을 유도하며 긴장감이 감도는 작업 현장의 분위기를 북돋우기도 했습니다. 이 노래는 밤낮없이 이어지는 전쟁터 같은 바쁨 속에서 노동의 고통과 졸음을 잊게 해 주는 소중한 지혜이기도 했던 것입니다.

한때 이 일본해 연안을 휩쓸었던 청어 황금시대이지만, 그 뒤에는 화려한 성공 이야기가 있는 동시에, 겉으로만 아름답게 포장된 것이 아닌 현실도 존재했습니다. 당시 어장에 떠돌던 독특한 생활 냄새와 혹독한 육체노동, 그리고 어업 경영자와 밑바닥 노동을 떠받치던 얀슈들 사이의 복잡한 인간관계는, 청어 경기로 들썩이던 홋카이도 오타루·요이치·샤코탄의 청어 어장을 무대로 한 시마키 겐사쿠의 소설《鰊漁場(청어 어장)》에서도 이러한 모습이 매우 생생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가혹한 환경 속에 몸을 던진 수많은 지역 어부들과, 혼슈에서 바다를 건너온 출어 노동자들. 화려함의 극치를 누렸던 청어 저택의 찬란한 모습과 오늘날까지 사랑받는 명곡의 울림 뒤에는, 혹독한 북쪽 바다에서 죽을힘을 다해 노동에 매달렸던 이름 없는 사람들의 처절한 삶이 존재했습니다.

돌아오는 길, 모처럼 이곳까지 왔으니 명물인 청어를 맛보고 싶어 근처에 있는 '아오츠카 식당'에 들렀습니다. 가게 앞에서는 숯불 위에서 천천히 구워지는 통통하게 살이 오른 청어에서 고소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었습니다. 격동의 시대를 지나 오늘날 이렇게 평화로운 시대에 맛보는 청어는 놀라울 정도로 부드럽고 촉촉했으며, 한입 한입 음미할 때마다 이 풍요로운 일상의 토대를 마련해 준 선인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듯했습니다.

오타루시 청어 저택이 있는 슈쿠즈 지역은 오타루 쇼룸에서 도보 8분 거리에 위치한 오타루항 관광선 터미널에서 '관광선 아오바토'를 타고 약 20분이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오타루시 청어 저택과 아오츠카 식당, 그리고 청어 어업으로 막대한 부를 쌓아 올린 일족이 지은 호화로운 미술 저택인 '구 아오야마 별저'도 역시 모두 도보로 이동 가능한 거리에 있습니다. 돌아올 때는 버스를 이용해 오타루역 앞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관광선에서의 쾌적한 뱃길을 즐기며, 청어 어업의 흔적이 지금도 살아 숨 쉬는 슈쿠즈를 찾아 조금 더 발걸음을 옮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오타루 쇼룸
https://www.shokunin.com/kr/showroom/otaru.html
오타루시 청어 저택
https://www.city.otaru.lg.jp/docs/2020100900596/
아오츠카 식당
http://www.aotsuka.com/
구 아오야마 별저
http://www.otaru-kihinkan.jp/aoyama_about/
관광선 아오바토
https://otaru-kankousen.jp/ships/

참고자료
https://online.bunka.go.jp/heritages/detail/184110
https://www.parkhotelgroup.com/ja/grand-park-otaru/our-hotel/experiences/otaru-herring-mansion
https://www.town.shakotan.lg.jp/contents/content0034.html
https://ja.wikipedia.org/wiki/%E3%82%BD%E3%83%BC%E3%83%A9%E3%83%B3%E7%AF%80
https://ja.wikipedia.org/wiki/%E9%B0%8A%E5%A0%B4%E4%BD%9C%E6%A5%AD%E5%94%84
https://www.aozora.gr.jp/cards/000008/card108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