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유럽 디자인과 민예의 연결고리]
핀란드의 아알토 하우스를 방문했을 때, 발이나 미닫이문 등 곳곳에서 일본적인 요소가 느껴졌고, 그 이후로 일본과 북유럽의 물건 만들기에 담긴 관계성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핀란드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건축가 알바 아알토의 자택, 아알토 하우스. 그는 일본을 직접 방문한 적은 없었지만, 일본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제가 북유럽 덴마크에 살았을 때에도, 일본과 북유럽이 서로의 문화와 디자인에 끌리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며 놀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불필요한 장식을 덜어낸 심플하고 미니멀한 아름다움, 그리고 자연 소재를 살린 디자인. 일본과 북유럽의 공예를 보았을 때 느껴지는 묘한 편안함과 자연스러운 어울림은, 어쩌면 두 문화가 공유하는 미의식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최근에는 'Japanese(일본의)'와 'Scandinavian(북유럽의)'를 결합한 조어인 '재팬디(Japandi)'라는 새로운 인테리어 스타일도 서구권에서 등장하고 있습니다.
현재 '북유럽 디자인'이라 불리는 것의 근원은 주로 1950년대 전후, 이른바 미드센추리 시대에 탄생했습니다. 알바 아알토, 에로 사리넨, 아르네 야콥센, 한스 J 베그너, 카이 프랑크 등 북유럽을 대표하는 디자이너들이 명작을 잇달아 선보였고, 1950년부터 1955년에 걸쳐 뉴욕 MoMA에서 '좋은 생활용품'을 소개한 전시회 '굿 디자인'전, 그리고 1954년부터 4년에 걸쳐 미국 여러 도시를 순회한 전시회 '디자인 인 스칸디나비아' 등을 통해 북유럽 디자인은 미국을 경유해 세계적인 붐을 일으키게 되었습니다. 이 시대에 탄생한 명작들은 국경을 넘어 널리 사랑받으며,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북유럽 디자인의 원류가 되고 있습니다.
북유럽 미드센추리 디자인과 일본의 민예운동의 역사를 들여다보면, 그 사이에도 많은 연결고리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스웨덴 수공예협회의 회장이었던 그레고르 폴손은 1919년에《보다 아름다운 생활용품》을 출간했습니다. 그 안에서 폴손은 생활용품의 디자인이 어떻게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지를 설명하며, 예술가들이 공장과 직접 협업해 질 높은 생활용품을 모든 계층에 널리 보급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야나기 무네요시가 1925년에 '민예(民藝)'라는 신조어를 만들고, 민예운동을 통해 '용의 미(用の美)'를 제창하기 약 7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거의 같은 시대에 일본과 북유럽 양쪽 모두에서 전통 수공예를 재평가하고, 생활용품의 아름다움을 다시 바라보려는 움직임이 있었던 것입니다. 야나기 무네요시가 '게테모노'라 불리던 생활용품에 주목하며 사라져 가던 손작업의 전통을 지키고자 했던 반면, 폴손은 공장의 힘을 통해 아름다운 생활용품을 민주화하는 것을 목표로 했습니다. 북유럽 디자인과 민예 사이에는 '생활의 아름다움', '실용의 아름다움'이라는 공통된 신념이 있는 한편, 무명성과 작가성, 혹은 손작업과 대량생산처럼 그 접근 방식에는 근본적인 차이도 존재했습니다.
실제로 야나기 무네요시와 하마다 쇼지는 1929년에 처음으로 스웨덴을 방문했으며, 세계 최초의 야외 박물관인 스칸센 야외박물관과 북방민족박물관 방문은 일본민예관 창설에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무네요시는 일본민예관 안내문에서 '우리는 우선 물건을 양적으로 완성시키기보다 질적으로 세련되게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며, 시연을 동반한 수공예 소개를 하나의 본보기로 삼으면서도, 독자적인 심미안으로 컬렉션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스웨덴에서 다짐했습니다. 스웨덴의 대표적인 도자기 브랜드 구스타브스베리를 대표하는 디자이너 빌헬름 코게와 스티그 린드베리, 그리고 핀란드 아라비아사에 몸담았던 카이 프랑크는 1950년대 일본을 방문해 북유럽 디자인 정신을 일본에 전하는 동시에, 일본 공예를 자국에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일본 모던 디자인을 대표하는 프로덕트 디자이너이자, 야나기 무네요시를 아버지로 둔 야나기 소리는 디자인성과 실용성을 겸비한 롱셀러 제품들을 다수 탄생시킨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용의 미'를 형태로 구현하면서도, 북유럽 디자인의 접근 방식과도 통하는 대량생산을 통해 아름답고 질 높은 생활용품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달해 낸 야나기 소리. 일본과 북유럽이라는 서로 다른 땅에서 태어난 미의식과 물건 만들기에 대한 태도, 그리고 양국 선구자들이 걸어온 궤적은 앞으로도 시대를 초월하는 제품들을 만들어 내며, 세계 사람들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갈 것입니다.
쇼룸 안내
https://www.shokunin.com/kr/showroom/
하마다 쇼지 기념 마시코 산코칸
https://maps.app.goo.gl/7j8uiPaHbXW2Qret8
고겐샤 센다이점
https://maps.app.goo.gl/J1szbMYqEFuAasZs6
참고자료
渡部千春『「北欧デザイン」の考え方』誠文堂新光社(2022)
https://www.alexcious.com/ja/campaign/japanesemodern
https://tacksamycket.jp/blogs/nordic-guide/nordic-tableware-utility-beauty-yanagi-soets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