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turalis_Biodiversity_Cent

[또 다른 야마자쿠라 이야기]

나라현의 요시노산은 오래전부터 '꽃 명소'로 알려져 있으며, 그 대부분이 야마자쿠라(산벚꽃)입니다.

지금으로부터 약 1300년 전, 산악 신앙인 슈겐도(수험도)의 개조인 엔노교자가 긴푸센지를 열 때, 감득한 자오곤겐을 벚나무에 새긴 데서 유래하여, 요시노에서는 벚나무를 신목으로 소중히 여겨 왔습니다. 슈겐도의 융성과 함께 헌목이 이어졌고, 현재는 시로야마자쿠라를 중심으로 약 200종, 3만 그루에 이르는 벚나무가 산 전체를 뒤덮고 있습니다. 그중에는 수령 수백 년에 이르는 거목도 현존하여, 장수하는 나무로서의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슈겐도의 영지로서 전국에서 모여든 참배자들은 요시노의 벚나무를 '자오곤겐의 신목'으로 숭배하며, 기원을 담아 묘목을 봉납해 왔습니다. 그렇게 수세기에 걸쳐 이어진 헌목으로 산 전체가 벚꽃으로 뒤덮이게 되자, 그 장대한 아름다움은 참배자들을 통해 전국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러한 요시노산의 벚꽃에 대한 경외의 마음은 점차 지역의 경계를 넘어 전국으로 퍼져 나갔고, 사람들의 마음속 풍경 속에서 아름다우면서도 어딘가 신비로운 이야기로 자리 잡게 되었습니다. 벚꽃은 예로부터 사람들의 소망과 마음을 비추고, 이계와 현실을 이어 주는 '입구'와 같은 존재로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여기서 아키타현의 민화 '야마자쿠라의 꽃 칸자시(비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역참 마을의 여관에 야마자쿠라 칸자시를 꽂은 오코우라는 여자가 '일하게 해 주세요'라고 부탁해 왔습니다. 주인 시치헤이가 마지못해 그녀를 고용하자, 오코우는 부지런히 일해 가게는 번창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오코우는 근처 산에 사는 어린 여우로, 인간의 삶을 동경해 어미 여우가 산의 신에게 빌어 딸을 인간의 모습으로 바꾸어 준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 어미 여우가 마을 사람들에게 붙잡히는 것을 본 오코우는 더 이상 이곳에 있을 수 없음을 깨닫고, 야마자쿠라 칸자시를 남긴 채 산으로 돌아갔습니다.

'사쿠라'라는 단어에는 '사'는 산의 신, '쿠라'는 신이 앉는 장소라는 의미가 있다고 전해집니다. 야마자쿠라는 옛날부터 봄에 산신이 마을로 내려오는 '논의 신'이 머무는 신성한 나무로 여겨져 왔으며, 그 아름다운 꽃 때문에 '코노하나 사쿠야히메'라는 여신의 상징으로 믿어져 왔습니다. 벚꽃 아래에서 술과 식사를 즐기는 꽃구경 풍습도 신을 맞이하고 대접하며 풍작을 기원하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고 전해집니다.

요시노의 벚꽃이 엮어온 긴 신앙의 역사와, 민담으로 전해 내려온 애절하고 허무한 이야기. 그것들은 모두 우리가 벚꽃이라는 존재에서 단순한 꽃의 아름다움 이상의 무언가를 느껴왔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벚꽃을 봄이 찾아왔음을 알리는 화려한 풍경으로 즐기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꽃잎이 바람에 흩날리는 순간, 갑자기 현실의 경계가 흔들리는 듯한 신비로운 느낌을 받는 것은, 옛 선인들이 품었던 경외심이 우리 기억의 깊은 곳에 조용히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야마자쿠라는 혹독한 겨울을 지나 조용히 피어나고, 결국 깔끔하게 흩어집니다. 그 모습은 순간의 삶을 열심히 빛나게 하는 생명의 소중함을 이야기함과 동시에, 형태가 변해도 여전히 이어지는 사람들의 '마음'의 강함을 상징하는 듯합니다.

야마자쿠라 이야기
https://kr.shokunin.com/archives/41801231.html

참고자료
https://www.kateigaho.com/culture/art/163044
https://namahage.is.akita-u.ac.jp/monogatari/show_detail.php?serial_no=5778
https://www.kinpusen.or.jp/ab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