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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단 하우스]

일본 무도관과 야스쿠니 신사가 있는 구단시타는 유명 스폿이 많으면서도 그리 혼잡하지 않아, 한가로이 산책하기에 좋은 지역입니다. 조금만 발길을 옮기면 '카구라자카'도 도보권 내에 있으며, 카레와 헌책방의 거리 '진보초'도 바로 근처입니다. 그런 구단시타의 한편에 역사적인 서양관 [구단 하우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재계 인사 야마구치 만키치의 옛 저택으로, 스패니시 양식을 베이스로 당대 인기 건축가와 설계자들에 의해 1927년에 세워진 서양관입니다.

야마구치 가문은 가리와군 오구니(니가타현 나가오카시 오구니마치)의 부농이자, '오조야'로서 지역을 다스리던 일족입니다. 메이지 시대에 들어서고 나서는 석유, 철도, 금융, 전력 등 많은 사업을 일으켜 니가타현의 발전에 크게 기여했습니다. [구 야마구치 만키치 저택]의 건축주인 5대 만키치는 메이지 30년에 태어나, 관동대지진을 경험한 후 '내진 구조의 아버지'라 불리는 나이토 다추에게 감명을 받아, 나이토가 구조 설계한 벽식 철근 콘크리트 구조를 채택했습니다. 그 덕분에 1945년 도쿄 대공습 당시 많은 목조 건물이 소실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구단 하우스는 전화를 면해 거의 건축 당시 그대로의 모습으로 남아 있습니다.

만키치는 예술적 감성도 뛰어나 건물은 물론 가구와 창호 장식에도 깊은 애착을 가졌으며, 그 장식 비용이 건축 비용과 거의 맞먹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현재도 그 일부가 건물 내외에 많이 남아 있습니다만, 전쟁 중에는 공습을 피하기 위해 나가오카로 '소개(피난)'시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나가오카마저 공습을 받아, 이동 도중에 철도 화물차째로 소실되고 마는 등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종전 후에는 다른 가치 있는 건축물들과 마찬가지로 GHQ에 징발되었습니다. 반환 후에도 20년 가까이 타인의 손에 맡겨졌다가, 쇼와 38년부터 다시 야마구치 만키치의 아들 가족이 거처로 사용하는 기간이 있는 등, 도쿄도 치요다구라는 도심부에 있으면서도 90년 격동의 세월을 견디며 철거되지 않고 건축 당시의 모습을 간직해 온 기적적인 건축물입니다.

저택 내부는 벽 두께가 8치(약 24cm)에 달하는 등 뛰어난 내진 성능도 눈여겨볼 만합니다. 아치형 구조와 스패니시 기와가 주는 정취에 더해, 손님용 화실(와시츠)과 댄스홀로 설계된 거실, 정원을 향한 스크린 포치, 2층 베란다, 3층 옥상 등 반야외 공간이 곳곳에 있어 사계절을 느끼며 지낼 수 있는 개방적인 구조로 되어 있습니다. 보일러 기사가 상주하며 작업했던 지하 공간 또한 놀라울 정도로 넓습니다.

평소에는 일반인에게 공개되지 않는 국가 등록 유형 문화재입니다만, 전시회나 이벤트 기간에는 내부를 견학할 수 있습니다. 역사가 느껴지는 건축물과 아트, 새로운 에너지와 감성이 융합하는 공간을 즐길 수 있으니 꼭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마침 현재 [MARTIN MARGIELA AT KUDAN HOUSE]가 개최 중이라고 하네요. 신록이 아름다운 5월, 산책 코스로 방문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구단 하우스(야마구치 만키치 저택)
https://maps.app.goo.gl/WhnMSUwuLru3SGB27
긴자 쇼룸
https://www.shokunin.com/kr/showroom/ginza.html

참고 자료
https://kudan.house/
https://martinmargielaatkudanhouse.j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