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__322150405

S__322150406

[팥 이야기]

봄의 오히간(춘분과 추분을 중심으로 한 기간의 일본의 전통 불교 행사)을 맞아, 얼마 전 홋카이도 요이치초의 한 화과자점을 찾았습니다. 목적은 은은한 단맛이 매력적인 오하기였습니다. 아직 쌀쌀함이 남아 있는 공기 속에서 봄빛의 가게 입구에 거는 노렌을 마주하니 계절이 봄으로 옮겨가고 있음을 느끼게 됩니다.

오히간에 조상에게 올리는 오하기는 봄에는 모란꽃(보탄)을 본떠 '보타모치', 가을에는 하기 꽃에서 유래한 '오하기'라고 불립니다. 예전에는 봄의 팥은 껍질이 단단해 고운 팥앙금으로 만들고, 수확 직후의 가을에는 부드러운 팥을 사용해 통팥앙금을 만드는 경우가 많았다고 합니다. 현재는 품종 개량과 보존 기술의 발전으로 계절에 관계없이 맛있는 팥앙금을 즐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봄에는 사쿠라모찌와 우구이수모찌, 초여름에는 카시와모찌, 여름에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물양갱, 가을에는 오츠키미당고, 그리고 오쇼가츠(설날)에는 하나비라모찌. 일본에는 계절과 중요한 시점과 함께하는 화과자가 많이 있습니다. 그 중 대부분이 팥이며, 국내 생산량의 90%를 홋카이도가 차지하고 있습니다. '홋카이도산 팥'이라고만 들어도 맛이 틀림없다고 느끼는 분도 많지 않을까요.

팥 생산이 활발한 홋카이도이지만, 신기하게도 오세키한(찰밥)에는 팥 대신 아마낫토(달콤한 낫토)를 넣습니다. 마트에서 판매되는 것도 아마낫토가 들어간 달콤한 오세키한이 주류입니다. 이러한 지역 문화는 쇼와 20년대 후반 무렵 삿포로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고엔학원의 초대 학장인 난부 아키코 선생님이 '아이들이 좋아하는 맛을 간편하게'라는 생각으로, 지은 밥에 아마낫토를 섞고 식용 색소로 색을 내는 간단한 조리법을 고안했다고 합니다. '팥은 게으른 사람에게 삶기게 하라'라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팥은 천천히 오랜 시간을 들여 삶아야 합니다. 이러한 번거로움을 줄일 수 있다는 점과, 아마낫토의 원료가 되는 콩류의 생산이 풍부하다는 점도 배경에 있는지도 모릅니다. 홋카이도 출신인 저는 어릴 적 이 달콤한 오세키한을 무척 좋아했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팥으로 만든 오세키한의 맛을 새삼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요이치에서 인기가 많은 화과자점 '오카시도코로 분부쿠차가마(御菓子処 分福茶釜)'. 홋카이도산을 중심으로 한 재료에 집착해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손으로 만든 화과자는 모두 '다시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맛입니다. 오하기는 오히간 시기 한정이지만, 계절마다 다른 화과자가 진열되고, 인기 상품은 이른 시간에 매진되기도 합니다. 저도 항상 오전에 방문하고 있습니다.

요이치초는 바다와 산으로 둘러싸인 자연이 풍부한 마을입니다. 오타루시에서 해안을 따라 차로 약 30분 정도 달리면 도착할 수 있으며, 기분 좋은 풍경을 감상하며 방문할 수 있습니다. 이제 홋카이도는 서서히 봄을 맞이하고, 머지않아 벚꽃의 계절이 찾아옵니다. 오타루 쇼룸에서 조금 더 발걸음을 옮겨, 요이치에서 화과자와 봄의 기운을 즐겨 보시는 건 어떨까요?

오카시도코로 분부쿠차가마
https://www.instagram.com/bunbuku_okashi
오타루 쇼룸
https://www.shokunin.com/kr/showroom/otaru.html

참고자료
https://www.maff.go.jp/j/keikaku/syokubunka/k_ryouri/search_menu/menu/sekihan_hokkaido.html
https://iec.co.jp/media/corner/kotowaza/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