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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새 생활을 시작한 구리 주전자]

지금으로부터 몇 년 전, 오타루로 이사했을 때 저와 함께 온 물건이 있습니다. 바로 “아즈마야의 구리 주전자”입니다. 훨씬 이전에 구입해 두었지만, 본가에는 이미 수십 년 동안 손때가 묻은 구리 주전자가 있어 지금 당장 쓰지 않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에 좀처럼 꺼낼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런 주전자를 사용하게 된 계기는 바로 새 생활의 시작이었습니다. 매일 아침 물을 끓이며 당연하게 사용하는 도구로서 주전자가 일상 속으로 들어왔습니다. 저의 지금 생활과 딱 그만큼의 시간을 함께 쌓아오고 있기에, 하루하루 조금씩 표정을 바꾸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더할 나위 없이 즐겁습니다. 평일에는 텀블러에 담을 차 물을 끓이기 위해, 추운 겨울밤에는 유탄포용 물을 준비하기 위해 거의 매일 불 위에 올리다 보니 사용하지 않는 날이 거의 없습니다. 그리고 사용하면 할수록 차분한 색감과 부드러운 윤기가 길들여졌습니다.

구리 주전자는 정말 사용하기 좋은 도구입니다. 우선 물이 빨리 끓습니다. 바쁜 아침에도 스트레스가 없습니다. 그리고 물을 담아두기만 해도 어딘지 모르게 물맛이 부드러워지는 것 같습니다. 끓인 물은 한층 더 감미로워 차를 우려내면 그 차이가 확연히 느껴집니다. 튼튼해서 부담 없이 쓸 수 있고 고장 날 걱정도 거의 없습니다.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는 감각을 자연스럽게 즐기게 해주는 존재입니다. 구리 주전자뿐만 아니라 바구니 가방 같은 것도 그렇지만, 왜 세월에 따라 변화하는 것들에 마음을 빼앗기는 것일까요? 그것은 분명 사용한 시간과 삶의 흔적이 그대로 형태가 되어 남기 때문일 것입니다. 새 제품의 아름다움과는 다른, 약간의 상처가 있고 색이 깊어진 모습. 그곳에 나의 생활이 새겨져 있다고 생각하면 자연스레 애착이 샘솟습니다.

새 생활을 함께 시작한 이 구리 주전자로, 올해는 저희 가게 블로그에서도 소개된 “주전자로 만드는 보리차”를 하루빨리 만들고 싶어 뜨거운 여름이 기다려집니다. 계절이 바뀌고 용도가 늘어나며 또 조금씩 표정이 변해갈 구리 주전자. 앞으로도 특별한 존재로서, 믿음직한 매일의 도구로서 이 주전자와 함께 지내고 싶습니다.

아즈마야의 구리 주전자
https://www.shokunin.com/kr/azmaya/yakan.html
스나미 토루 쇼텐의 바구니
https://www.shokunin.com/kr/sunami/ikago.html
주전자로 만드는 보리차 (기사)
https://kr.shokunin.com/archives/41641339.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