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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이야기]

보이지 않는 형태로 친숙한 물고기 '대구'. 실제로 대구를 먹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치쿠와·한펜·카마보코 등 수산 가공품, 막대대구, 흰살생선 튀김, 명란젓과 대구 이리 등이 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대구를 원료로 하면서도 이름을 앞에 내세우지 않는 형태로, 우리 식생활 전반에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국내 어획량은 홋카이도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차가운 북쪽 바다에서 자란 대구는 겨울 식탁에 빠질 수 없는 존재입니다. 일반적으로 대구라고 하면, 수염이 있는 진대구(마다라)를 의미합니다. 전골 요리의 대구 찌리, 조림, 소금구이 등에 사용되었으며, 헤이안 시대 기록에도 등장하고, 에도 시대에는 겨울 별미였습니다. 반면, 수염이 없는 스케토우다라는 홋카이도·도호쿠 지방에서 많이 잡히며, 메이지 이후에는 어묵이나 저장식품의 원료로 널리 활용되기 시작했습니다. 쇼와 시대에 들어서면서 후쿠오카에서 카라시멘타이코(매운 명란젓)가 명물로 자리 잡아 전국으로 퍼져 나갔습니다. 피시버거 등 재료로도 사용되며, 위는 한국의 젓갈 '창란젓' 재료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일본 식탁에서 빼놓을 수 없는 대구이지만, 중세 유럽에서도 중요한 어종이었습니다. 북대서양에 서식하는 타이세이요우다라는 당시 '바다의 소'라 불리며, 소고기와 맞먹을 정도로 중요한 단백질 공급원으로 대량 어획되었다고 전해집니다. 대구 어업과 그 무역은 북유럽 경제 성장의 핵심 산업으로, 종교·식문화·경제 전반에 깊이 관여했습니다. 가톨릭 세계에서는 금식과 금욕 규정에 따라 사순절이나 금요일 등 연간 100일 이상 고기 섭취를 삼가는 습관이 있었습니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의 수난과 금식을 기념하는 종교적 전통에 기반한 것입니다. 그 기간 동안에는 고기와 유제품, 달걀 등이 제한되는 반면, 생선은 예외적으로 섭취가 허용되었습니다. 이 관습은 현재에도 일부 지역과 신도들 사이에 남아 있습니다. 물고기가 허용된 것은 유럽의 어류 식문화 발전을 촉진하고, 어업 및 보존 기술의 발전에도 기여했습니다. 특히 장기 보관이 가능한 건어물과 염장어는 중요한 식량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왜 수많은 물고기 중에서 대구가 중요한 선택이 되었을까요? 대구는 북대서양에 널리 분포하며 대량으로 잡히는 어종이었습니다. 또한 지방이 적은 흰살생선이라 소금 절임이나 건조 보관에도 적합했습니다. 추운 건조한 북유럽 기후도 건조 보관에 적합해 장기 보관 가능한 식품으로 널리 유통됩니다. 10~12세기경에는 소금의 대량 생산이 진행되어 '바카라오'라 불리는 저장용 대구의 제조가 확대되었습니다. 대구를 손질해 내장을 제거하고 소금에 절임으로 만들면 장기 보관과 장거리 운송이 가능해졌습니다. 13세기 이후, 북독일을 중심으로 한 상인과 도시 무역 네트워크인 한자 동맹의 상인들은 발트해와 북해를 거쳐 유럽 각국으로 수출했으며, 금식일의 수요에 힘입어 시장이 확대되었습니다. 또한 대항해시대에는 포르투갈과 스페인의 선박 식량으로 전 세계에 퍼졌으며, 북미 뉴잉글랜드에서도 대구 산업이 발달했습니다. 이처럼 보존이 가능한 대구는 중세 유럽의 식량 공급을 지탱하는 중요한 존재가 됩니다. 각지의 도시 시장에서는 금식일 수요에 맞는 어류로 널리 거래되었습니다.

후쿠이현에서 비취 원석이 채취되는 비취 해안가 국도 8호 주변에는 '타라지루(대구국)'를 제공하는 가게들이 즐비한 '타라지루 거리'가 있습니다. 쇼와 30~40년대, 대량으로 잡힌 대구가 어촌을 지탱하던 시절, 어부들이 정오 무렵 조업을 마치고 돌아오면 해변에서 떠내려온 나무를 모아 큰 솥을 끓이고, 갓 잡은 대구를 손질해 된장을 넣은 대구국을 만들어 가족과 어업에 함께한 사람들과 둘러앉아 먹었다고 전해집니다. 도야마현 아사히마치에 뿌리내린 이 풍경에서 탄생한 대구국은 이 지역만의 식문화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바다도 사람의 삶도 오랜 시간 속에서 조금씩 모습을 바꾸어 갑니다. 그럼에도 우리 식탁 곁을 지켜온 대구라는 생선의 역사를 떠올릴 때, 바다가 준 은혜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잊지 않고 싶습니다.

대구나베(기사)
https://kr.shokunin.com/archives/39315863.html
매운탕(기사)
https://kr.shokunin.com/archives/41682244.html

참고자료
https://ja.wikipedia.org/wiki/タラ
https://www.olive-hitomawashi.com/column/2018/12/post-3476.html
https://www.taberare.com/article/blog/post-14009
https://www.mentaiko-ftc.org/mentaiko-story/
https://www.shiotokurashi.com/world/europe/43792
https://tenki.jp/suppl/okuyuki/2017/03/11/20561.html
https://nazology.kusuguru.co.jp/archives/180604
https://www.maff.go.jp/j/keikaku/syokubunka/k_ryouri/search_menu/menu/37_2_toyama.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