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독하게 미식을 즐기는 문화]
무척 더웠던 여름이 끝나고, 선선하고 지내기 좋은 가을이 찾아왔습니다. 일본에서는 가을 하면 독서의 계절, 스포츠의 계절, 예술의 계절 등, 쾌적한 가을 날씨에 즐기기 좋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특히 기대하고 있는 분이 많은 것은 '식욕의 가을'이 아닐까요? 햅쌀, 밤, 고구마, 버섯, 꽁치, 사과 등 이 계절에 제철을 맞는 식재료는 많이 있어 어떤 요리로 먹을까 생각만 해도 벌써 배가 고파집니다. 더운 여름의 식사는, 이 여름을 이겨내야 한다!라고, 더위 방지를 위한 '영양 보충'에 가까운 감각이었지만, 이 계절의 식사는 제철을 맞은 식재료의 색, 향, 맛을 제대로 음미할 수 있어, 차분하게 식사와 마주할 수 있는 느낌입니다.
식사가 더욱 기다려지는 이 계절, 친구나 동료들과 함께 여럿이서, 가족과 천천히 오붓하게, 그리고 혼자서 차분히 즐기는 등 식사 방식에도 다양한 선택지가 있습니다. 일본에는 혼자 부담없이 들를 수 있는 라멘집, 야키니쿠집, 나베집, 소바집 등 '혼밥' 문화가 뿌리내리고 있어 혼자 식사하는 사람도 많은데, 올해 큰 화제가 된 혼밥의 일본 대표라고 하면 역시 이노가시라 고로가 아닐까요? 《고독한 미식가》영화가 개봉되자 한국에서는 순식간에 인기를 끌었고, 한국 기업과의 콜라보 상품이 출시되는 등 일대 붐을 이루었습니다. 제가 한국에 유학한 약 10년 전에는 점심때가 되면 학생식당에서도 거리의 음식점에서도 친구나 동료들과 함께 식사하는 사람의 모습은 보는데 혼자 식사하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혼밥'에서 멀었던 한국에서 '혼밥'이라는 말도 생겨났고, 고로상이 큰 인기를 끌 날이 오다니 상당한 놀라움이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혼밥'을 하는 고로상의 모습이 새로운 것으로 비치는 한편, 혼자 식사하는 것이나 그런 광경에 별로 거부감이 없는 일본인의 이런 감각. 어디서 왔을까 하고 뿌리를 알고 싶어져서 조사해 보았습니다.
거슬러 올라가는 것, 지금으로부터 1000여 년 전 헤이안 시대. 그 당시 서민들의 식사는 이미 각자 사각 쟁반과 비슷한 것에 음식을 얹어 먹었던 것 같습니다. 가마쿠라 시대가 되면 1인분씩 나누어진 자신의 식사를 혼자 쓰는 작은 밥상 같은 것에 올려 먹는 '메이메이젠'이 등장합니다. 이 식사 스타일은 일본에서의 식사 방법으로 이후에도 오랫동안 계속되게 됩니다. 사용하지 않을 때는 자기 전용 식기나 젓가락을 상자 안에 수납하고, 식사할 때는 그 상자를 식사를 올리기 위한 받침대로 사용하는 '하코젠'이라고 불리는 것도 사용되었습니다. 메이지 시대에 들어서면 서양식 테이블이 도입되어 하나의 식탁을 여러 명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방법이 등장합니다. 메이지 시대 후기부터 다이쇼 시대에 걸쳐 '차부다이'라는 밥상이 등장함으로써, 여러 사람이 식탁을 둘러싸는 방법이 주류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오랜 기간에 걸쳐 일본에서는 1인분씩 배식된 눈앞에 있는 식사와 각각이 마주하는 방법이 계속되어 왔습니다. 이 방법은《고독한 미식가》에서 고로상이 자신의 페이스로 자유롭게 눈앞에 있는 식사와 마주하는 모습과 통하는 것이 있습니다. 일본인 중에서는 '식사'와 '혼자'라는 인식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어 이러한 인식이 혼밥에 대한 감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현대 일본의 가정에서는 테이블을 가족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자신 전용의 젓가락이나 밥그릇을 사용해, 큰 접시에서 각각이 먹는 분을 앞접시에 나누는 습관도 있기 때문에, 식사=개인이라는 의식이 맥맥히 이어지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조사해 보니 일본의 혼밥 문화는 사실 오랜 역사의 연장선상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혼자 묵묵히 눈앞의 식사를 마주하면 평소보다 감각이 더욱 예민해진 듯한 느낌이 들어 맛과 향은 물론, 오감으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이번 가을은 일본에서 고로상처럼 고독하게 미식을 즐겨 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일본 전국에 있는 고로상이 간 가게들을 찾아가실 때는 꼭 당점 쇼룸에도 들러 주세요. 당점에서는 집에서 고독하게 미식을 즐기기 위한 도구와 식기를 만나보실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쇼룸 안내
https://www.shokunin.com/kr/showroom/
참고자료
https://www.jstage.jst.go.jp/article/cookeryscience/48/3/48_219/_pdf
https://www.kabuki-bito.jp/special/knowledge/tepco-life/post-life-0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