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갈피]
얼마 전에 문득 펴진 책 속에서 오래된 책갈피를 발견했습니다. 그 책갈피는 제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처음 방문한 미국에서 나를 위한 소소한 선물로 산 것. 당시 붙어 있던 빨간 끈은 없어졌지만, 책에 끼여 선명한 색을 유지하고 있던 책갈피와의 오랜만의 재회에 조금 기뻤던 일이었습니다.
'책갈피'라는 존재를 돌이켜 보면, 저 같은 경우는 서점에 놓여 있는 무료 물건으로 시작해 책의 띠나 구입 시 받은 영수증을 끼우는 경우도 흔합니다. 여행 중 방문한 미술관이나 관광지 티켓의 반권을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책갈피이지만, 실제로는 '책이 탄생할 때 함께 생겨났다'고 할 정도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책갈피의 기원이 언제쯤에 있는지 확실한 것은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그러나, 옛날에는 기원 1세기 중반의 기독교 성직자가, 신앙의 대상으로서 성경에 경의를 표하면서 읽을 때 승복의 일부를 끼운 것이 시작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책갈피는 6세기 콥트어 고서에 부속되어 있던 가죽으로 만든 것으로 이집트 수도원 유적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유럽에서는 활판인쇄가 보급된 16세기에 봉함된 책을 열기 위해 사용되던 페이퍼 나이프가 책갈피 대신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금속의 녹이 책을 손상시키기 때문에, 19세기에는 종이를 해치지 않는 실크 리본이 사용되었고, 이후에는 종이로 만든 책갈피가 주류가 되었습니다. 또한 가죽이나 은으로 만든 화려한 책갈피도 부유층에게 사랑받았다고 합니다.
한편, 일본의 책갈피 원형은 불교의 경전과 함께 전래된 상아로 만든 '센(籤)'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나라 시대에서 헤이안 시대에 걸쳐, 대나무나 나무로 만든 센이 사용되었으며,《마쿠라노소시》에도 오늘날 책갈피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교산’이라는 도구에 대한 기록이 나타납니다.
에도시대에 들어서 서민들에게도 책이 보급되자 사람들은 종이를 꼬아서 만든 '고요리'나 길가의 화초를 책에 끼워 표시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시오리(책갈피)'라는 말이 오늘날과 같은 의미로 쓰이게 된 것도 이 시대의 일입니다. 미토번주였던 도쿠가와 미츠쿠니가 비단으로 싼 종이조각을 고미즈노오천황에게 바쳤더니, 천황은 이를 크게 기뻐하며, 사이교호시의 와카, '작년에 요시노산에서 발견한 멋진 벚꽃을 위해 가지를 꺾어 표시를 해 두었는데, 올해는 길을 바꿔 아직 본 적이 없는 새로운 장소의 벚꽃을 보러 가보자'를 말씀하시며, 그 종이 조각을 ‘시오리(枝折)’라고 이름 붙였다고 전해집니다. ‘枝折’는 원래 이 와카와 같이, 산길을 걸을 때 나뭇가지를 꺾어 표시로 삼는 행위를 가리키는 말이었습니다. 여기에서 확장되어, 책을 어디까지 읽었는지 표시하는 표식이나, 초심자를 위한 안내서 등도 ‘시오리’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 오늘날과 같은 두꺼운 종이로 만든 책갈피가 등장한 것은 메이지 25년(1892년)의 일입니다. 슌요도 서점이 오자키 고우요우의《 三人妻》에, 채색 인쇄의 책갈피를 붙인 것이 최초라고 되어 있습니다. 다이쇼 시대 이후에 본격적으로 확산되어 쇼와 초기의 '엔본'이라고 불리는 염가판 전집이 유행하면, 광고가 들어간 책갈피가 활발하게 만들어져, 컬렉션이나 교환의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시대에 따라 소재나 형태를 달리하면서 사람과 책을 이어온 책갈피는 단순한 '표지'가 아니라 그 시대의 문화나 예술, 유행을 반영하면서 발전해 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현대의 우리도 또한 자신만의 책갈피를 만들어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래서 추천하고 싶은 것이, 일본의 수작업이나 계절의 풍물을 소재로 한 형염색을 인쇄해 만들어지고 있는, 테시고토 포럼의 오다나카 고이치 캘린더. 매년 애용하시는 분도 많은 캘린더지만, 사용이 끝나면 그림체를 잘라내고, 가장자리에 구멍을 뚫어 원하는 끈을 통과시키면, 귀여운 책갈피로서 앞으로도 계속 활약해 줍니다. 라미네이트 가공을 하면, 내구성도 높아져, 작은 선물로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지나온 한해를 잘라내 만든 직접 만든 책갈피. 마음에 드는 책 속에서 눈에 띌 때마다 책갈피가 지닌 오랜 역사와 일상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소소한 문화의 따스함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테시고토 포럼의 오다나카 고이치 캘린더
https://www.shokunin.com/kr/teshigoto/calendar.html
참고자료
https://ja.wikipedia.org/wiki/%E6%A0%9E
https://www.gentosha-book.com/bookshelf/renaissance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