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기]
기분을 긍정적으로 하거나, 자신감을 높이거나, 신불을 자기 편으로 만들어 주는 '縁起(엔기)', 일본 문화의 흥미로운 특징 중 하나죠. '엔기(재수)가 좋다', '엔기를 메다(길조를 믿다)'와 같은 말은 일상적으로 많이 쓰이지만 원래는 불교 용어입니다. 일본에서는 길조나 행복을 바라는 문화로서 발전해, 사물을 결정하거나 구입하거나 할 때에도, 엔기를 의식하는 일이 있습니다.
엔기라는 말은 불교의 '인연생기(因縁生起)'에서 유래했습니다. 모든 사건에는 일을 발생시키는 직접적인 원인(因)과, 그것을 돕는 간접적인 조건(縁)이 있어, 그것들에 의해서 일이 생기고(生起), 결과(果)로서 나타난다고 하는 설입니다. 모든 사건은 관계성 속에서 성립되어 있다라고 하는 것이 엔기의 본래의 의미입니다.
일본에 불교가 널리 퍼진 헤이안 시대에는, 엔기는 불교 사원이나 신사의 창건의 유래나, 신불의 영험(기적)을 기록한 문서를 가리키게 되었습니다. 그 후, 무로마치 시대가 되면 더욱 의미가 퍼져 좋은 전조나 징조도 엔기라고 불리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전국시대의 무장들은 전쟁 전에 '겐카츠기(좋은 징조를 따라 하기)'를 하며 승리를 바랐다고 합니다. 이것은, '좋은 엔기를 만듦으로써, 좋은 결과를 끌어당긴다'라고 하는 생각에 근거한 행동입니다. '겐카츠기'는 에도 시대에 유행한 거꾸로 말하기의 영향으로, '엔기'가 '기엔', 그리고 '겐'으로 변화했다라고 하는 설이 있습니다.
에도시대에는 서민들 사이에도 '엔기를 메는'습관이 퍼졌습니다. 장사 번창을 기원하며 대안이나 에비스의 날에 가게를 열거나, '카츠(이긴다)'나 '寿留女(건오징어)' 등, 말장난으로 운이 좋으라고 무언가를 하거나, 결혼식에서는 엔기가 좋은 '학과 거북'이나 '송죽매'라고 하는, 엔기가 좋은 모양이나 장식이 자주 사용되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재수가 좋다=행운의 전조' '엔기를 메다=좋은 결과를 기대해 행한다'라고 하는 의미로,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어 있습니다.
말에 대해서도 재수를 걸고 피하는 말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스루메(건오징어)'는 '스루'라고 하는 말이, 내기로 돈을 잃는 의미의'스루'나, 지갑이나 돈을 훔치는 의미의 '스루'를 상기시키기 때문에 재수가 없다고 여겨져 왔습니다. 그래서, '스루'를 재수가 좋은 '아타리'로 바꾸어, '아타리메'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 외에는 '스리바치(절구)'나 '스리코기(절구공이)'는 일반적인 조리 용구이지만, '스루메'와 마찬가지로 '스루'가 들어 있기 때문에 재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분도 있는 것 같습니다. '아타리바치' '아타리보' '아타리기'라고 하는 호칭이 실제로 있어, 그러한 명칭으로 상품이 나란히 있는 것도 있습니다. 절구로 하는 행위를 '아타루', 참깨를 절구에 빻아서 만드는 것을 '아타리고마'라고 부르는 것처럼, 절구로 하는 행위나 절구로 만든 음식을 뜻하는 말로도 사용됩니다.
이러한 배경을 알게 되면, 우리 일본인이 엔기에 근거한 전통이나 정신성, 그리고 일상 생활 속에서의 습관을 자연스럽게 계승해 온 것을 새삼 깨닫게 됩니다. 엔기란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우리 문화와 깊게 결부된 살아있는 지혜인지도 모릅니다.
미야모토 쇼코의 은제 국자
https://www.shokunin.com/kr/miyamoto/otama.html
야마타다 가토엔의 JUJU mortier 스리바치
https://www.shokunin.com/kr/yamatada/suribachi.html
이치요우가마의 스리바치
https://www.shokunin.com/kr/ichiyou/suribachi.html
참고자료
https://ja.wikipedia.org/wiki/縁起
https://ja.wikipedia.org/wiki/縁起物
https://ja.wikipedia.org/wiki/験を担ぐ
https://ja.wikipedia.org/wiki/すり鉢
https://www.nichiren.or.jp/glossary/id152/
https://1kara.tulip-k.jp/buddhism/2017082153.html
https://allabout.co.jp/gm/gc/4935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