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토에서 사경체험]
녹음이 점점 짙어지기 시작한 교토. 황금연휴가 지나고 앞으로 장마가 시작될 때까지 얼마 남지 않은 기간 동안 산과 거리에서는 새잎이 무성하게 자라 상쾌한 바람이 스쳐 지나갑니다. 초여름 특유의 상쾌함과 교토가 가진 단정하고 맑은 공기가 어우러져 얼마나 아름다운 계절인지 매년 이 고도에 다시 반하고 있습니다. 최근 이 움트는 신록의 아름다움을 눈뿐만 아니라 '귀'를 통해 느낄 수 있었던 일이 있었으니 소개하겠습니다.
교토에는 '사경'을 체험할 수 있는 절이 몇 개 있습니다. 사경은 불교의 경전을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베끼는 것, 또는 베끼는 경전으로, 거기에는 불교의 가르침, 인간의 삶의 방식, 구원의 길을 설파한 부처님의 가르침이 적혀 있습니다. 인쇄기술이 발달하지 못한 시대에는 불법을 전파하기 위해, 또 공덕을 쌓기 위해 행해졌습니다. 현재 많이 사용되고 있는 것은 '반야심경'으로 중국 당나라의 승려 현장 삼장이 산스크리트어에서 한역한 것으로 알려진 경전입니다. 불과 262글자 안에 '모든 사물은 실체가 없는 공(空)이다'라는 불교의 핵심적인 사상이 응축되어 있고, 이 개념을 통해 고민과 괴로움으로부터의 해방을 설파하고 있습니다. 또, 사경에는 집중력을 높임으로써 뇌를 활성화시키거나 내면과 조용히 마주하는 시간이 되기 때문에 현대에도 그 효과가 재검토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교토 교엔 동쪽에 있는 '로잔지(廬山寺)'라는 천태종의 사찰에서 사경을 하고 왔습니다. 이 장소에는 일찍이 무라사키시키부의 저택이 있어,《겐지모노가타리》가 집필된 연고지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원래는 원삼대사 양원에 의해 텐교년 중에 후나오카산 남쪽에 창건되어 각유에 의해 재흥될 때 중국 로잔(廬山)의 불교강당을 본떠 '로잔지(廬山寺)'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런 역사가 있는 로잔지에서는 납경료를 내면 붓펜이나 글씨본 등의 도구를 빌려 사경을 할 수 있는 상설 사경장이 열리고 있습니다. 소요 시간은 약 60분. 사경 초보자인 저는 글씨본 위에 반지를 겹쳐 덧대어 쓰는 '모사'의 방법으로 임했습니다. 심호흡을 하고 호흡을 가다듬고 등을 펴고 마음을 추스르면 조용히 합장을 하고 사경을 시작합니다.
처음에는 습자의 기본인 '토메·하네·하라이'도 생각처럼 쓰지 못하고, 차례차례로 솟아오르는 많은 잡념에 놀라거나 어이가 없었지만, 이윽고 자연스럽게 호흡이 맞고, 사고가 가라앉아, 자신의 마음이 평온하게 맑아지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붓을 움직이며 글씨를 계속 써 나가다 보면 정원을 지나가는 바람이 나무들의 잎을 흔드는 소리가 들려옵니다. 그때 바람이 볼에 닿고 귀에 닿은 나뭇잎 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섬세하고 입체적으로 울리면 붓끝에 집중되어 있었을 텐데, 알고 보니 귀도 피부도 주위의 기척을 향해 살짝 열려 있는 것 같았습니다. 나뭇잎 소리는 눈을 돌리지 않아도 빛이나 색을 입은 것처럼 느껴지며, 아름다운 신록이 마치 귀를 통해 몸에 스며드는 듯한 신기하고 마음이 뿌듯해지는 감각에 휩싸여 있습니다. '지금의 여기'에 마음을 새기다 보면 평소에는 간과하고 있는 소소한 것들이 윤곽을 가지고 생생하게 드러나는 그런 순간을 겪은 일이었습니다.
조용한 사원에서 붓을 잡고 마음을 추스르며 경문을 베끼는 시간은 관광과는 또 다른 깊은 교토의 매력을 접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일지도 모릅니다. 로잔지에서의 사경체험을 통해 하루하루의 분주함에서 조금 벗어나 자신의 내면과 대화하는 듯한 경험과 평소와는 다른 감성으로 교토의 아름다운 자연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사경을 통해 말과 마음을 마주하고, 그리고 시간의 흐름과 계절의 색채를 느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로잔지(사경체험 접수시간은 오전 9시~오후 3시까지)
https://www7a.biglobe.ne.jp/~rozanji/51syakyo.html
쇼룸 안내
https://www.shokunin.com/kr/showroom/
참고자료
https://fudepen.kuretake.co.jp/write/230/
https://ja.wikipedia.org/wiki/%E5%86%99%E7%B5%8C
https://ja.wikipedia.org/wiki/%E8%88%AC%E8%8B%A5%E5%BF%83%E7%B5%8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