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국에서 도착하는, 눈의 그릇]
눈이라고 하면 무엇을 떠올릴까요? 겨울에 내리는 하얗고 차가운 것이라는 것 이외에 사람마다의 이미지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에게는 눈은 유년기에 몇 년만 보낸 설국의 추억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첫눈을 설레면서 올려다본 것. 눈이 쌓이면 갑자기 세상이 조용해지는 것. 내려 쌓이는 눈을 바라보며 집 안에서 마시는 코코아의 맛. 내린 지 얼마 안 된 눈은 부드러워 밟으면 가라앉는데 맑은 날 다음날 표면이 꽁꽁 얼어 눈 위를 걸을 수 있게 되는 것. 눈보라 치는 날의 얼어붙는 어두움과 맑은 날의 눈부신 빛. 가마쿠라 속은 희끄무레한 푸른빛인 것. 하굣길에 눈에 빠져 움직일 수 없게 되어 근처 할아버지가 파내게 한 것. 지붕에서 뚝 떨어지는 눈 소리, 그리고 긴 겨울 후의 해빙의 기쁨. 눈은 시시각각으로 그 표정을 바꿉니다.
야마가타현 히라시미즈의 세류가마에서 오는 그릇들은 그런 "눈"을 이미지로 만들어졌습니다. 약간 푸른 빛이 도는 흰 표면에, 군데군데 회색이 도는 흙의 색이 엿보여, 닿으면 서늘하고 부드러워서 언제까지나 양손으로 감싸고 싶은 편안함이 느껴집니다. 눈이라도 해도 이 그릇의 눈은 "잔세츠(残雪)"라고 합니다. 잔세츠는 "사라지고 남은 눈"을 나타내는 봄의 계절어. 북국의 봄이라고 하면 오랫동안 눈 밑에서 참았던 식물들이 "많이 기다렸습니다!"라고, 일제히 얼굴을 내밀어 꽃이 피는 계절이기도 하고, 흰 유약 아래에는 머위가 나와 있을지도…라고, 그릇을 손안에 넣은 채 상상해 버립니다.
이 "잔세츠" 시리즈에는 평 접시, 그릇, 덮밥그릇, 밥그릇, 찻잔, 센챠완, 소바세트, 한송이 꽃병 등이 있습니다. 그릇은 크기가 3종류. 굽다리가 없는 "고케조코(바둑돌을 넣는 통의 바닥)"로 되어 있어 둥근 모양이 귀엽고, 사이즈 차이로 겹치면 푹 들어가기 때문에 찬장 안에서도 부피가 커지지 않습니다. 한편 덮밥그릇은 단단한 굽다리가 있기 때문에 뜨거운 국물을 넣어도 괜찮습니다. "잔세츠"의 맛이 있는 흰색은, 일본과 서양을 불문하고, 어떤 요리도 아름답게 돋보이게 해줍니다.
올해도 북국에서 눈 소식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겨울은 봄을 기다리는 눈 그릇으로 따뜻한 식사를 즐겨 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세류가마 그릇
https://www.shokunin.com/kr/seiryu/hachi.html
세류가마 덮밥그릇
https://www.shokunin.com/kr/seiryu/donburi.html
세류가마 찻잔
https://www.shokunin.com/kr/seiryu/yunomi.html
산조 쇼룸
https://www.shokunin.com/kr/showroom/sanjo.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