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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미술관과 조선미술]

녹음이 우거진 문. 좌우에 서 있는 돌 문지기는 원래 한반도에 예로부터 전해지는 석인상이였습니다. 이 문을 빠져나가면 다른 세계로 유인되는 것 같은 신기한 기분이 듭니다.

교토시 북구에 있는 고려미술관에 다녀왔습나다. 방문하는 것은 학생 때 이래였습니다. 시간은 얼마나 빠른가. 고려미술관은 일본에서 유일한 한반도 미술 전문 미술관. 고려·조선시대 귀족 저택의 가구·일용품부터 서민들이 사용하던 도구까지 재일교포 사업가 정조문씨가 일본 내에서 평생 수집한 1700여점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습니다. 1년에 두 번의 전시 교체가 있는데, 이번에는 "조선의 풍속화와 민구"라는 제목으로 사람들의 생활을 그린 병풍과 농기구, 사람들이 만든 일용품 등의 전시를 볼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조선미술이라고 하면 생소한 분들도 계실 텐데 대체로 조선미술에는 소박하고 털털한 분위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그릇 같은 것도 어딘가 뒤틀려 있거나, 유약에 얼룩이 있거나. 그 "완전"하지 않은 모습이 아주 매력적입니다. 일본에는 예로부터 "와비사비"라는 말이 있고, 그러한 그릇의 뒤틀림이나 흠집까지도 "미(美)"로 사랑하는 의식이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실은 이 "와비사비", 차노유에서 당시 고가였던 중국 그릇 대신 한반도에서 전래된 그릇을 사용하게 되면서 생겨난 미의식이었다고 합니다. 즉 극단적으로 말하면 한반도에서 만들어진 작은 그릇의 왜곡이 일본인의 정신에 엄청나게 큰 영향을 준 것입니다. 이 풍부하고 독특한 영향 관계에 대해서는 더 이야기해도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한 마치 "헤타우마(초보자의 작품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개성과 맛이 있고 끌리는 매력이 있다)"의 선구자와 같은 유머러스한 동식물과 인물이 그려진 조선민화*등은 정말로 훌륭합니다. 보면 저도 모르게 웃는 얼굴이 되어 버립니다만, 그린 사람은 도대체 어떤 얼굴을 하고(진지하게? 아니면 장난스러운 얼굴로?) 이런 그림을 그리고 있었던 것일까, 그런 것이 궁금합니다.

덧붙이자면, 그 야나기 무네요시를 민예운동에 끌어들이는 큰 계기가 된 '염부추초문면취호(染付秋草文面取壺)'(일본 민예관장) 또한 이조의 작품. 그래서 "민예"라는 미의 사상 그 자체도 조선미술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이야기가 옆길로 새어 나갔지만, 백문이 불여일견입니다. 말만으로는 도저히 조선미술의 매력을 전할 수 없으니 꼭 고려미술관을 방문해 보세요.

*민화: 궁중화사와 같은 전문적인 회화 교육을 받지 않은 서민 화공에 의해 그려진 회화. 야나기 무네요시에 의한 조어.

고려미술관
https://www.koryomuseum.or.jp/korean
쇼룸 안내
https://www.shokunin.com/kr/showroom/

참고자료
https://media.b-ownd.com/archives/article/wabi-sab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