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 일본우선주식회사 오타루 지점]
얼마 전 오랜 세월에 걸친 보존 수리 공사를 마치고 일반공개가 재개된 구 일본우선주식회사 오타루 지점에 다녀왔습니다. 건물 앞에 선 순간 눈앞에 펼쳐진 석조 외관에 무심코 눈을 뜨고 시대를 초월해 메이지 분위기에 휩싸인 듯한 이상한 감동이 가슴에 퍼졌습니다.
이 건물은 1906년(메이지 39년)에 완성되어, 당시의 일본이 근대 국가로서 발자취를 진행시키는 가운데, 해운업의 발전과 함께 구축된 상징적인 존재입니다. 설계를 담당한 사람은 공부대학교의 제1기생으로, 타츠노 킨고와 나란히 하는 메이지 건축의 선구자·사타치 시치지로. 그가 설계한 이 건물은 근세 유럽의 부흥 양식을 도입한 디자인이 특징이며, 특히 정면 현관인 포르치코(주랑)는 당당한 풍격을 풍기고 있습니다. 외벽에는 견고한 석재가 사용되었고, 건물 전체에서는 당시의 기술력과 높은 미의식이 전해졌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1층 영업실에는 사탕색으로 빛나는 목재가 풍부하게 사용되어 기둥과 들보의 세부까지 장인의 섬세한 기술이 느껴집니다. 시내에 남아 있는 은행 건축에서 볼 수 있는 점검을 위한 출입구 '인공'도 있어, 당시의 건축 양식과의 공통점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2층으로 올라가자 귀빈실과 회의실에서는 벽지로 쓰이는 킨카라카와카미의 아름다움에 시선을 빼앗겼습니다. 이것은 일본의 독자적인 장식지로, 금박이나 거푸집에 의한 호화로운 의장이 특징입니다. 화지에 주석 등의 금속박을 붙이고 판목에 박아 입체적인 무늬를 돋보이게 한 후 채색 등을 하여 빛의 가감으로 표정을 바꾸는 그 질감은 그야말로 영빈공간에 걸맞는 격식을 갖추고 있어 건축과 장식이 일체된 공간미를 만끽할 수 있고 영빈공간으로서의 격식의 높이가 전해집니다.
또한 2층 복도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았을 때 경치가 아주 조금 일그러져 보였던 것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이는 당시의 불어 만든 유리를 원통 모양으로 만들어 자른 후 판유리로 사용했기 때문에 표면에 약간의 기포나 울퉁불퉁한 부분이 남아 있다고 합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건물이 단순한 상업시설이 아니라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입니다. 1906년 11월에는 이곳에서 '사할린 국경 획정 회의'가 열렸습니다. 이는 러일전쟁 이후 포츠머스조약에 따라 남사할린 국경을 확정하기 위한 외교회의로, 일본과 러시아 대표단이 2층 회의실에서 협상을 벌였습니다. 인접한 귀빈실에서는 축배도 나누었다고 전해지며, 이곳이 바로 국제 정치의 무대였음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가진 건물이 전후에도 소중히 지켜져 1980년대, 그리고 2020년부터 2025년에 걸친 대규모 수복을 거쳐 지금도 여전히 당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는 것에 깊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내진보강과 외벽 및 내장의 복원도 꼼꼼하게 이루어지고 준공 초기의 모습이 충실하게 재현되고 있는 점에서도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다시 한번 실감했습니다.
현재는 오타루시가 소유하고, 시립 박물관의 일부로서 일반공개되고 있어, 방문하는 사람들은 메이지의 건축 기술이나 미의식, 그리고 오타루가 '홋카이도의 심장'이라고 불렸던 시대의 숨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과거 오타루가 물류와 외교의 요체로 번성했던 역사를 이 건물을 통해 피부로 느낄 수 있어 매우 귀중한 체험이 되었습니다.
역사, 건축, 문화, 그리고 외교가 교차하는 구 일본우선주식회사 오타루 지점. 단순한 관광지가 아니라 일본의 근대사를 깊이 알기 위한 '살아있는 자료관'으로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찾아주셨으면 합니다.
구 일본우선주식회사 오타루 지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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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루 쇼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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